투쟁 결의문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노점을 선택했고, 노점상이 되어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강도짓을 한 것도 아니요.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다. 이 팍팍하고 먹고 사느라 아우성인 세상에서 내 부모를 봉양하고, 내 자식을 가르치며, 내 가정이 해체되지 않게 몸뚱아리 하나로 발버둥 쳐왔을 뿐이다.
그러나 노점상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먹고 살게 하는 생계대책 보장이 아니라 도시미관을 위해 철거하고, 국제행사 때마다 단속하는, 철거와 단속 일변도의 일방적인 강제 대책만이 있어 왔을 뿐이다. 분신으로 저항하고, 목을 매어 자살하고, 투쟁하다 구속되는 노점상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선택할 다른 길이 없는 절박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노점은 강제적으로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아니 절대 없앨 수 가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 2007년부터 생계형 노점상을 위한답시고 노점특별관리대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노점대책은 대다수 노점상을 위한 생계대책이 아니라 2008년 10월 개최되는 서울디자인 올림픽과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2010년에 맞추어 도시미관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노점상 때려잡기 대책으로 도심 곳곳에서 노점상 추방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가 고용한 용역에 의해 김밥할머니가 폭행당하고, 완장찬 양아치 같은 단속반들에 의해 신림동 호떡할머니가 척추가 내려앉는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서울시 노점대책의 여파로 경기도 광명과 고양에서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투입된 건장한 체격의 용역깡패들에 의해 대낮 도심활극이 무방비 상태의 노점상들을 향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예산의 90%를 지원하는 디자인서울 거리 공사는 사실상 노점 없는 거리로 추진되어 공사 구간안의 노점상들을 싹쓸이 전면 철거시키고 있다. 또한 허가제 노점거리인 노점시범가로와 디자인노점거리는 각 자치구마다 1~2개씩 조성하면서 소수의 노점상만 허가하고 대다수 노점상들은 불법과 무허가로 내몰아 노점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 노점대책을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 자치구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노점대책이다. 겉으로는 합법화다. 생계형 노점대책이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사실상은 2008년과 2010년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노점상의 수를 대폭 줄이려는 의도가 명백한 노점말살대책이자 무늬만 요란한 합법화요. 지난 20여년간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지켜 온 전노련을 와해시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점상을 선별하기 위한 공작과 다름 아니기에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노점대책이다.
바로 작년 9월부터 이에 맞서 10여개월 넘게 투쟁하고 있는 관악구에서 노점상들의 투쟁이 이 모든 것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다. 악날하고 집요한 탄압은 이를 온 몸으로 막아서서 사생결단하며 투쟁하는 노점상을 양산할 뿐이다. 서울시와 관악구청, 그리고 각 자치구에 경고한다. 오늘도 내일도 노점을 해야 되는 노점상들의 길게 늘어 선 행렬은 우리사회 먹고 살기 힘든 현실 그 자체이다.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더 이상 쪽박은 깨뜨리지 마라.
2008년 7월 18일 전국노점상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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