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 진행된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주최 워크샵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노점상은 ‘불법’이기 이전에 생존권을 지닌 인간이다!
들어가며
길을 가다 어느 곳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점상은 눈에 띄는 가시적인 숫자만으로도 하나의
직업으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8년 행정자치부 공식집계에서 확인된 수가 187만 명을
훨씬 웃돌았으며 현재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그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적인 상행위를 하는 집단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것은 정부 및 각
지자체가 노점상을 대하는 태도와 노점상에 대한 시각, 그리고 노점상을 없애기 위한 각종 여론
형성 등에 의해 더욱 굳어져왔다. 그간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강조해온 노점상의 부정적인 측면은
노점상의 발생원인을 간과한 채 사회의 구성원이자 생존권을 지닌 ‘인간’인 노점상들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불러올 뿐이었고 그러한 마찰은 노점상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폭력,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잡아왔다.
이 글에서는 노점상의 발생원인 및 재생산 요인, 노점상의 경제적 상태 등을 살펴봄으로써
노점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간 진행되어온 노점상 단속 사례와 특히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는 과도한 과태료남발 사례를 통해 노점상의 인권 및 생존권이 끊임없이 침해받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정부의 노점상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정부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노점상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1. 노점상의 발생원인 및 재생산 요인
흔히 노점상은 도시 내 하층계급(계층)이 생계를 위해 선택하는 불안정․불완전한 직종이며
도시빈민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노동할 능력이 있고 노동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조적으로 임노동체계 외곽에 머물러 있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노점상이 약간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노점상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서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고, 자기소유의 땅이나 가게가 없이 공공도로에서 끊임없는 단속의
위협에 처해있는 불안정한 조건 그리고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고도화에 따라 존재조건의
하강분해가 불가피해지면서 노점상의 소소유자적 성격은 점점 탈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노점상은 정상적으로 취업할 길이 막혀있고, 사회적으로 불법화되면서 끊임없는 단속에 내몰리는
등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노동조건으로 인하여 항시적으로 생존권의 위협에 처해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1960년대에 농촌경제의 파탄으로 도시로 쫓겨 온 사람들이 도시 내 일자리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생계수단이었던 노점상은 80년대 중반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구조 재조정 과정을 거치며 도시 내에서 재생산되고 있으며, 자본과 권력의 입장에서도 실업
및 반실업 노동자와 함께 잉여노동인구의 저장소 역할로서 매우 유용한 존재로 작용하였다. 즉
노점상은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몰려든 잉여노동인구 및 국내
유통기능을 담당하던 소위 비공식부문 등 영세한 자영업자 집단, 실업 및 반실업 노동자,
농촌파탄으로 인한 이농민 등의 주요한 생존의 근거가 되어왔던 것이다.
한편 8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저임금노동력에 기반한 수출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도달하고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조건 속에서 독점자본이 국내 소비시장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 시기 임금 및 소비수준의 급속한 상승으로 인한 내수시장의 규모성장이라는 내적조건은
새로운 이윤창출의 출구를 찾던 독점자본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유통산업 구조는
변화된 자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적합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의 유통시장 전면개방요구는 국내유통시장을 더 이상 전근대적이고 영세한 규모로
방치할 수 없게 하는 외적 조건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에게 유통산업의
전면적인 재구조화는 사활적 이해가 걸린 현실의 문제로 구체화되었다. 바로 이 시점, 즉 87년
이후 89년에 이르는 3년동안 노점상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독점자본의 상품유통에 적합하도록
재편되지 못한 국내 유통체계와 급격하게 상승한 소비수준의 틈바구니를 노점상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90년대를 고비로 노점상 문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백화점의 급속한 증가,
수퍼마겥의 대형화 및 체인화, 편의점의 급속한 확대와 일반화 등 독점자본에 의한
유통시장의 재편작업이 전면화 되면서 기존의 재래시장을 비롯하여 열악한 유통시장은 경쟁력을
잃게 되었고 영세자영업의 급격한 몰락은 노점상의 증가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90년 이후 35세 미만 노점상의 전직이 생산직 및 서비스 노동자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고, 35세
이상 노점상의 전직이 자영업 및 일용노동자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89년 이후 본격화된 산업구조
재조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유통시장의 전면적 재편과 맞물려 자본과 정권에게 길거리 노점상의 증가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걸림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노점상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집단이 되어버렸고, 국제행사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일시적 단속의 대상을 넘어서서
유통체계의 혼란을 가져오는 집단으로 내몰리며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단속해야할 집단이
되어버렸다.
90년대 후반 IMF 사태이후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로 인해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확대심화되면서
발생한 실업난 및 청년실업의 증가는 현재 존재하는 노점상의 45% 가량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직 노동자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한편 노점상 증가추세 분포와 관련해서는 과거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특히 인구의 이동이
원활한 도심지역과 전철역 및 주요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노점상이 형성되던 것이
1990년대 이후 신도시건설과 맞물려 지방의 중소 도시 등에서도 발생 분포가 폭넓게 형성되어
왔다.
2. 노점상의 상태
노점상의 다수는 열악한 조건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저소득 도시빈민이라 할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 노점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자본의 유통시장 전면 진출 등으로
소득수준의 현저한 감소현상이 뚜렷하다.
1999년 1월, 광진구 조사에 의하면 전세(41.3%)와 월세(35.7%)에 사는 노점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소득수준도 97년 이후 50%이상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생활수준의 하향화 현상이
나타나며 부부노점상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97년 이후 월평균 소득 85만원 이하
가구의 경우 소득은 절반으로 감소했는데 소득․소비세 부담률은 97년 7.1%에서 98년
14.1%로 늘어남으로써 노점상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주거실태와 관련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노점상이 전체 19.6%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노점상 즉 전세나 월세가 아닌 친척, 친구집 등에 기거하는 노점상도 3.7%나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택소유비율 61.8%에 비해 노점상의 주택소유비율은 대단히 낮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2001년 조사에 따르더라도 조사대상 노점상 70%의 수입은 하루 약
3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가족의 총수입이 100만원에 미달되는
가구가 전체의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1년 민주노총 노동자 평균임금
181만여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입이며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했을 때 노점상들은 저임금 및 저소득 계층으로 분류될 것이다. 한편 포장마차의
경우 하루 평균 수입이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부부나 가족이 대부분 새벽까지 함께 장사를 하며
단속과 벌과금으로 뺏기는 비용과 우천 등 기후적인 조건으로 장사를 못하는 일수를
고려해야하며, 모든 노점상들이 그렇듯이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어있는 점등을 고려할 때 소수
기업형 노점상을 제외한 전체 노점상의 수입은 열악한 수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3. 단속으로 인한 노점상 탄압실태
2004년 전 지역 용역발주 비용은 6,856,653,042원이다. 그러나 예비비 등을 포함하면 100억 원
대에 이르고 있다. 도로교통법 등에 의한 과태료 발부 금액 및 건수의 증가를 포함하면 2004년
들어 노점단속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의 2004년 노점상 대책은 ‘기업형 노점은 강제감축하고, 생계형 노점은 전업지원을 통해
자율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기획안을 들여다보면 노점상에 대한 기본 인식이
크게 변화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계형 노점에 대한 전업지원 금액도 2002년
이후로는 책정된 것을 찾아볼 수 없으며, 단속세부추진계획서에서도 생계형과 기업형의 실태 파악
및 지역별, 거점별 세밀한 파악 없이 추상적인 구분으로 언제까지 몇% 감축식의 단속위주의
계획만 있을 뿐이다.
또한 강남구청의 경우 ‘노점타워’를 추진하면서 용역에 의한 단속을 계속 병행하고 있으며
용역인원도 작년 30명에서 올해 50명으로, 금액도 8억원에서 1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노점상에 대한 강경한 단속 입장이 여론을 받지 못하자, 표면상 유화적인 제스춰를 쓰는
척하면서도 노점상 전면단속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3년, 2004년 서울시 노점상 단속실태 및 단속계획
2003년 서울시의 노점상 단속 사례 중 규모면에서나 생존권탄압 면에서 가장 파괴적이었던 것은
청계천복원사업의 사전정비작업으로 진행된 청계천노점상 행정대집행이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국책사업에 불법노점상과 웬 협상이냐”는 발언을 함으로써 수십 년간 청계천변에서
생계를 이어온 생계형노점상들에 대한 서울시의 기본입장을 고스란히 내보이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 정비계획에 의하면 28억원의 비용과 총 3,580명(서울시 618명, 관할구청 115명, 용역
2,347명, 건설회사 500명)의 인력과 트럭 300대, 지게차 47대, 구급차․소방차 33대,
포크레인 등 장비를 투입할 예정이었고, 실제로 투입된 인원은 전경과 용역을 합쳐 1만 8천명에
달했으며 시청 및 구청 공무원도 1천여 명이 투입되어 2003년 11월 30일 단 하루 동안 청계천변
일대의 노점상들을 거리에서 몰아내었다.
청계천지역 외에도 서울시의 노점상단속은 용역발주와 투입을 통한 강제정비, 고발, 과태료 부과,
도로점용 변상금 부과 등의 형태로 일상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청계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2003년
한 해 동안 27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단속을 실시했다. 이 액수는 직접적인 단속을 통해서 집행된
금액이며 이밖에 과태료 및 벌과금 부과 등의 방법으로 노점단속을 추진한 사실은 은폐되어 있는
실정이다. 2004년 서울시 자치구의 노점 단속 예산은 21억 이상이다. 여기에 예비비가 삽입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상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용역은 9개 자치구에서 118명의 용역을
고용한 상태다.
또한 서울시는 산하 각 구청을 상대로 불법노점 정비 우수기관을 선정하여 포상금을 주고있는데
2003년 종로구의 경우 서울시의 불법노점 정비추진 실적에 대한 인센티브 사업평가 결과 단속 2개
반 36명과 차량 3대를 이용하여 주. 야간 단속을 통해 시정과 계도 총2천260건, 적치물 수거
1천507건과 과태료 2천895만원을 부과함으로써 불법노점 정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포상금
1억원을 수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평가는 2003년 9월까지 시내 25개 구청의 단속
실적과 사후관리 및 홍보실적, 과태료 부과 징수 실적 등 총10여 개 항목에 대한 평가로서
종로지역 외에도 15개 자치구가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밖에 종로구는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학로를 예술 중심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마로니에 길 1150m구간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 일대
노점상을 정비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노점상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그리고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계획 및 강북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광진구는 올
하반기부터 4개 상업지구 형성과 이를 위한 도로건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에따른
노점상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2004년~2006년 서울시의 노점상 단속 계획을 보면 거리 환경 개선을 빌미로 2004년 30%이상,
2005년 35%이상, 2006년 40%이상 감축을 목표로 용역발주 및 법령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경기도 노점상 단속실태
단속실태를 살피기에 앞서 최근 경기도의 노점상 대책을 살펴보면,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조직화, 대형화한 기업형 노점상에 대하여는 경찰 등 유관기간과 협조하여 지속적으로 강력한
단속을 펴 ‘법을 어기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시민의식 정착을 유도하고, 영세생계형
노점상(생보자, 장애인 등)에 대하여는 일방적 단속보다는 생업보호 차원에서 자율적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며, 시․군 나름대로 지역별, 구역별 특성에 맞는 노점상 유도 구역 및
풍물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과 불법 노점상의 시민 불매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한편, 장기적인 노점상 대책으로 불법노점상 행위의 근절을 위해서 현행 애매한 법 적용(도로법,
식품위생법 등)보다 별도의 단속법규 제정으로 국가 차원의 강력한 단속(강제연행, 집기압수
등)이 필요하다고 보며 선진 외국과 같이 일정한 법적 조건(장소, 시간, 업종 등)에 의한
노점허가제를 병행하여 영세노점상을 보호하는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기도의 대책은 얼핏보면 노점상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있는 대책을 마련한 듯이 보여질 수도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영세생계형과 대형화한 기업형 등의 기준이 명확치 않으며,
노점상유도구역이나 풍물시장 정책 등이 그동안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점 등 여전히 대다수의 노점상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직업으로 바라보기보다 불법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선진외국과 같은
노점허가제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2003년 경기도지역 용역발주 금액은 26억5천7백만 원이며 2004년엔 약 4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0%가량 증가되었고 이에 따른 단속이 벌어졌으며 인천시 옹진군의 경우 단속용 콘테이너 박스에
노점상이 깔려 중상을 입기도 했으며 시흥시의 경우 용역과의 잦은 충돌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거액의 과태료마저 부과되기도 했다. 전노련과 같이 조직된 노점상의
경우 그나마 단속에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조직되지 않은 노점상들은 무방비 상태로
철거당할 수밖에 없고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타 지역
지방의 경우 대구, 울산, 경산, 충청, 부산지역에서 용역발주 및 집행이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나 이것은 전노련에 가입해있는 경우이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지역의 경우 지난 4월 28일 새벽, 중구 성남동 차없는 거리 일대의 노점에 대한 철거가
진행됐었는데 20여 년 간 장사를 해오던 이 일대가 200여명의 중구청 직원과 용역업체에 의해
불과 2시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한편, 울산 중구청은 2004년 1월에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점상을 합법화하고 ‘노점상 실명제’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이를 통해 종전 노점상의
기득권을 인정하되, 노점을 규격화하고 전매와 임대를 금지해 기업형 노점의 등장을 막으며 최고
5년(허용 3년, 연장 2년)의 허용기간이 끝나거나 노점상 스스로 영업을 포기할 때엔 생활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자한테 먼저 노점을 넘겨주기로 하는 등 노점상 합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중구청은 학산동 코코타운 앞, 울산신협 앞, 옥교동 진흥상가 주변 등 3곳
170여개 노점을 합법화한 데 이어 앞으로 130여개 노점을 추가로 합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구청 지역경제과 최창률 과장은 “노점상 강제 철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 5년이라는 허용기간과 이후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노점을 넘겨준다는 단서 등을 종합해 볼 때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점상 합법화로 진행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부산지역의 경우 수영구청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노점상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강행하기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노점상단속만을 전담하는 공무원을 채용하였다. 이들 단속 전담 공무원들은
경비업체 근무 경력이 있거나 각종 무술 3단 이상의 유단자들로 구성되어있다고 구청은 밝히고
있다.
○과태료 부과실태 및 문제점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점상단속은 용역발주를 통한 직접단속 외에도 부과기준이 모호한 과태료를
과도하게 남발할 뿐만 아니라 미납한 과태료에 대해 전세보증금을 비롯한 재산가압류까지 서슴지
않는 양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1~2년 새에 부과금액과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보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으며, 노점상을 단속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이고 있는 지나친 과태료 부과로 생계형 노점상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남발되고 있는 사례 및 언론을 통해 알려진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4년 5월 종로에서 장사하고 있는 전노련 회원 100여명에게 30만원 가량의 도로법위반과태료
고지서가 발부되었고, 구로구와 관악구의 경우 최근 1~2년 동안 수십 명의 노점상에게 최고
50만원의 과태료고지서가 발부되고 있으며 과태료 미납에 따른 재산가압류 움직임 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관악구에서 장사하고 있는 노점상들에게는 50만원 과태료를 반복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50만원이 넘는 도로점용변상금까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 우려할
일은 전세금까지 재산가압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서울, 경기지역의 여러
곳에서 적지 않은 과태료를 내왔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직전에는 그 양상이
극에 달했었는데, 2002년 3월 6일자 대한매일신문에는 ‘관악구에서 노점상을 하다 단속에 걸린
뒤 과거 5년치 과태료와 도로점용변상금 1천만원을 부과받은 김모씨(51세)ꡑ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며, 분당지역에서 2002년 한 해 동안 2억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 받은 노점상들이
이에 시달리다 못해 노점상 단체에 가입한 예도 있다.
이외에 2004년 상반기에 전노련 회원에게 부과된 과태료 현황을 보면 강서구 7~8건(각
5만~15만원), 광진․성동구 80건(각 15~20만원), 성북구 23건(각 50만원), 마포구 8건(각
100만원), 송파구 150건(연간 60만원), 서초․강남구 60건(각 50만원), 동대문구 37건(각
15~25만원) 등 이다.
과태료 발부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노점상 발생의 사회적 원인 및 노점상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처벌기준을 들 수 있다. 현행【서울특별시 도로점용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조례
시행규칙】에 의하면
“(제11조)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시장은 무단점용자에게 도로의
원상회복을 명함과 동시에 변상금을 징수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한하여 시장은 추인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과태료 부과기준을 보면 서울시는 2002년 1월까지 도로불법점용 과태료를 ‘5㎡이하
5만원, 1㎡ 초과 당 1만원씩 추가’에서 2월부터는 대폭 강화하여 ‘1㎡ 이하 5만원, 1㎡ 초과 당
10만원씩 추가’로 적용함으로써 위반 시 종전보다 최고 10배 가까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만약 현재 6㎡를 무단점용하고 있다면 2002년 1월 까지는 6만원의 과태료를 물었지만
2월 1일부터는 55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2003년 3월엔 대형노점(2평방미터 이상/서울시
기준) 및 기업형 노점에 최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반복해서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상한금액을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대폭 인상 조정하도록 조례시행규칙을
개정하여 2004년 7월 2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노점에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노점상의 경우 막대한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에서는 시민의 보행권을 확보하고 가로환경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는 부과이유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은 지난 6월 전국노점상연합이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에도
밝혔듯이 노점상의 문제는 노점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즉, IMF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난 확대,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비정규직 및 불안정한 노동 층의 확대
등 절대빈곤층이 확산되는 경제구조 및 경제정책에 근본원인이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의 보행권이나 가로환경개선 작업이 생존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전국노점상연합은
그동안 시민의 보행권 문제나 제반 환경의 문제를 고려하여 소속회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질서를
지키도록 교육을 해왔고, 자체적으로 ‘자율질서 자료집’을 발간하여 노점의 규격이나 위생,
환경, 안전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왔다. 이것은 노점상들이 무조건 생존권 보장만 외치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스스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익집단화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를 비롯한 국가의 잣대는 여전히 노점상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기보다 ‘노점상은 불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 정부의 노점상정책 비판 및 전노련 요구사항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그 정책적 파급효과는 전사회적이고 노점상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을 위해서 결코 ‘강한 정부’를 포기하지 않지만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폭압적인 탄압양태를 지양하고 대체할 방법을 찾으며 효율적인 위기관리,
갈등조정 체제의 시스템을 갖는다. 예를 들어 90년대 이후 노점상 단속은 마땅히 전담해야할
정부의 행정부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단일한 집행이 이루어지다가 각
지방자치단체로 노점상단속에 대한 권한과 역할이 위임되면서 중앙정부의 책임소재가 은폐되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용역반의 문제로 외화 되어왔고 국가차원의 책임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져왔다. 그러므로 개량화 정책의 모델을 통한 사회적인 흡수정책 혹은
배제와 탄압의 정책이 중앙정부의 책임을 은폐하고 집행되기에 현 시기 노점상의 근본적인 투쟁은
궁극적으로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놓고 있는 노점상 대책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니라 행정, 치안차원의 접근에 머물거나 공공근로사업 등 일자리 제공, 타 직종으로 전업을
위한 대출, 취업알선교육 등 이었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현실성이 없거나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실행불가능하기 일쑤였다. 이와 더불어 각 지자체별로 대체이전부지 제공,
풍물시장 조성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된 적도 있으나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그 원인으로는
취급 품목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는 노점상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 장사를 할 수 있는 편의 시설과 소비자들의 접근가능성 및
구매욕을 충족 시켜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원인의 기저에는 관계 공무원 및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이 노점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시야에서 없애는 것만을 방안으로 생각하는 배제와 차별정책 및
무책임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참여정부를 모토로 하는 노무현정권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내세워 앞으로도 노점상 문제를
마치 대화와 참여로 해결하려는 듯한 방식을 각 지자체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으로
청계천 노점상들을 폭력적으로 내몬 서울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듯이 앞으로도 각 지자체의
정책에 대해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울산지역과 같이 각 지자체가 노점상의 실명제 도입
등 부분적인 합법화 정책을 쓰더라도 노점상의 입장 및 존재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인 한 그 성과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노점상과 같이 노동시장에 취업하기 어려운 계층이 노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를 통해 정부재정에 의해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노점상이 점유한 공공 공간은 공공부조에 수반되는 비용의 대체물로 간주할 수도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각 지방자치제가 매년 막대한 세금을 투여하여 단속위주의 정책을 펴거나, 비현실적인
합법화 방안만을 생각하는 것은 이중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일 뿐 노점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일 될 수 없다.
노점상에 대한 진정한 대안은 더 이상 노점상이 생겨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점상이 노점을 하지 않고도 먹고살며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사회복지정책 확충, 그리고 불안정고용 및 비정규직
철폐 등을 통하여 노점상을 공식부문이나 생산현장으로 복귀를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기존 생계형노점상에 대한 허용과 묵인을 통해
도로라는 공간의 보행권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자치단체별 조례화, 시행령, 의회의 결의 등을 통한 사실상의 합법화를 모색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점상의 대표가 일주체로 참여하는 실질적인 ‘노점상
대책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해방수레를 끌며 4호(1999. 전국노점상연합)
해방수레를 끌며 7호(2004. 전국노점상연합)
노점상 관리 중장기 대책방안 모색(2001. 한국도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