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점상이다 : 서울노련 이두자 회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손

 

젊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벨트와 사뭇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소박한 삶을 들어본다.

어떻게 노점을 하시게 됐나요_
광주에서 4남매와 함께 서울로 이사와 가방하나 둘러메고 노점을 시작한 것이 벌써 28년 전 일이다. 지금 동대문 밀리오레 앞에서 장사를 한지는 20년이 됐다. 20년 전에는 해태, 롯데 야구팀의 야구방망이 등 장난감을 팔았다. 그때도 단속은 엄청 심했었다. 방법과 전경, 구청 단속반이 함께 단속을 했다. 겨울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더욱 힘들고 서러워 울던 날도 많았다.

 

노점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_
순대, 떡볶이, 만두, 오뎅을 팔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하루 매상이 많아야 15,000원 ~ 20,000원 이었다. 이 돈으로 4남매 학교 보내면서 살림 꾸리기가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남편은 췌장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어서 병 수발하는 부인으로서, 4남매의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너무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고 희망이 없었다. 장사를 마치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새벽 2~3시. 5시쯤 일어나 아이들 밥해서 먹이고 학교 보내고... 너무 힘들어 집 청소하다가도 울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울고, 정말 수도 없이 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등록금 내기 급급해서 굶었던 적이 많았다. 아이들이 제 또래 녀석들보다 키가 3~4 센치 작은 것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다. 악세사리 장사를 할 때였는데 하루는 단속반이 나와 벌금을 내야한다며 그날 번 돈을 모두 가져갔다. 나는 남편 약값과 아이들 쌀값 2만원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애원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온다. 얼마 후 남편은 17년 정든 세월을 뒤로 하고 세상에 나와 자식들만 남겨놓고 갔다. 그래서 큰 딸에게 고등학교를 실업계로 진학을 하라고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큰 딸은 어깨에 힘이 빠져 축 처진 모습으로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힘드셨겠지만 행복할 때도 있으셨을 텐데요_
나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힘들더라도 항상 밝고 착하게 살라”고 얘기했다.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힘든 와중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갔다. 박사학위를 따고 지금은 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고 곧 결혼도 한다. 둘째딸은 아시안 게임 때 이화여대생으로 무대에서 발표를 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를 꽉 껴안아 주었었다. 내세울 것은 없어도 아이들이 욕심 안부리고 똑바르게 잘 커준 것이 항상 고맙고 기쁘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두자 회원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에는 지문이 없었고 팔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머니의 손을 보았다.

 

가로수 제131호 8면 / 이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