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집행법
개악안, 반드시 저지하자
지난
1월, “정부, ‘강제철거 제도’ 대폭 손질”이라는 이름으로 각 언론에 보도가 나왔다. 확인해보니 노무현 정권의 행정자치부에서 그동안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행정대집행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5월 개정안을 만들어 이를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하려 하고
있다.
‘행정대집행 제도’=‘강제철거 제도’
행정대집행
제도는 ‘강제철거 제도’라고 불릴 정도로 그간 노점상, 철거민에 대해 강제철거를 하는데 적용한 제도이다. 하지만 지난 1954년 제정된 이래
불과 한차례 밖에 개정하지 않았으며 시행령까지 합쳐도 종이 두 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그동안 정부와 각 지자체, 행정대집행을 담당한 기관들은 이를 자기들 마음대로 적용하여 온갖 불법철거와 인권유린을 자행해왔다.
‘비상시’ 혹은 ‘위험이 절박할 시’에 한해 할 수 있는 긴급집행이 남발되었다. 언제 어떻게 인권유린이 벌어질지 모르는 야간에 특히 강제철거가
집중되었으며 동절기에도 살인적인 강제철거가 계속되었다. 대책없이 철거를 당하는 노점상, 철거민 등 당사자는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내몰렸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아닌 ‘강제철거’를 위한 정부의 개악안
이런
상황에서 행자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악안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의 기본권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대집행시 지나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대집행시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대집행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기존 행정심판 청구 외에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이의신청을 관할 행정청에 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였다. 계고 등
사전절차를 거치지 않는 즉시집행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한정하였다.
이
조항들만 보면 기존보다 나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남발되었던 사전계고 없는 즉시집행을 최소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했다는 ‘이의신청’이 강제철거 자체에는 어떠한 효력도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강제철거를 막거나, 적어도 연기하는데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다. 더욱이 대책없이 강제철거를 남발한 지자체 등 관할행정청과 온갖 인권유린을 저질러온 용역깡패, 폭력경찰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강화하기 위한다는 조항이 이 정도이니 이를 어떻게 ‘개선안’이라고 볼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속내는 다른데
있었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오히려 강제철거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행정대집행을 위탁받은 민간업체도 할 수 있도록 했고 특히 노골적으로 공권력이
강제철거를 하는 지자체 등 관할 행정청을 응원하도록 되었다. 당사자의 저항을 막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간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자체의 편을 들었던 공권력이 노골적으로 노점상, 철거민 등을 진압하겠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기존에는
간단하게만 나와 있던 행정대집행 비용의 청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노점상, 철거민 등 당사자들에게 공권력과 용역깡패를 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 등
제반비용을 청구하고 이를 내지 않으면 법적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대집행법을 개정한다던 말은 거짓말이었고 오히려 강제철거를 ‘제대로’ 하기 위한 ‘개악안’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생존권 쟁취! 행정대집행법 개악 저지!”를 위해 투쟁하자
부당한
산림개발 등에 대해 행정대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을 동원한 ‘강제철거’ 제도는 이 땅에서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노점상, 철거민 등 민중의 생존권을 짓밟는 강제철거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하반기 “민중생존권 쟁취! 행정대집행법 개악 저지!”를 기조로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인권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책위를 만들어 힘차게 투쟁해야 한다. 강제철거를 일삼아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보수정당을 처단하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
가로수 제131호 4면/ 신희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