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점상이다 -서울북동부지역 손영자 회원

 

 

        거리의 사랑방,

 

       전통손순대 마차를 찾아서

 

                                                                                           김은미

 

입춘이 지나고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우수, 경칩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거리는 여전히 매서운 바람으로 인적마저 드물어 썰렁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하다.

노점도 이젠 전문화, 차별화되어 경쟁력을 살려야 된다는 취지에서 순대를 전통방식으로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계시는 손영자회원을 추천하고 취재차 찾아간 날은 왜 그리 춥던지. 이렇게 을씨년스러운데 장사를 나오셨을까 걱정을 하며 찾은 마차 안은 순대솥에서 피어오르는 김으로 제법 훈훈하였다.

 

추운데 뜨끈한 국물이라도 먹으라며 뚝배기에 한그릇 가득 순대국을 떠 주셨다. 다른 곳에서 먹어보던 순대국과는 많이 다르기에 만드는 방법을 여쭈어 보았더니 사골을 직접고아 만드시는 국물이라는 것밖에 알려줄 수 없다며 나머지는 비밀이라며 웃으신다. 먼 곳으로 이사 간 단골손님들도 이 국물맛을 못잊어 몇 시간 걸려서도 찾아오기도 한다고 덧붙이셨다.

어떻게 이런 기술을 배우셨냐고 묻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고 꼭 이야기해야 되느냐며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순간적으로 침묵이 흐르고 잠시 후 1996년 부군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시고 어린남매와 먹고살기가 막막해져서 궁여지책으로 노점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말문을 여셨다. 기억하기 싫은 부분을 끄집어 낸 것 같아 죄송스럽기가 그지없어 얼른 화제를 바꾸어보았다.

 

“순대맛도 기가 막히지만 국물이 끝내주는데요. 누구한테 비법을 전수받으셨어요?”

당시 만해도 장사경험도 전혀 없었던 전업주부였기에 모르는 사람들 상대로 무엇을 판다는 것이 두렵기까지 하셨지만 음식 만드는 것 하나는 자신이 있으셨고 운이 좋았던지 재래시장내에서 순대 노점을 하시는 분을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고 장사하기로 결정하였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으셨단다. 하루에도 열두번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구박(?)을 받아가면서 전통순대 만들기를 배우고 장사를 시작하던 날은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쁘셨다고 하시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신다.

그러나 요즈음 장사는 어떠시냐는 질문을 드리자 금새 표정이 어두워지시며 장사한지 10년만에 이렇게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다면 큰일이라고 하셨다. 예전에는 새벽같이 나오셔서 대창을 손질하고 순대 속재료를 대창 안에 손으로 일일이 넣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으셨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눈 빠지게 손님만 기다리고 있자니 한심스럽기만 하다고 하신다.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장사가 되었던 본인도 이렇게 힘이 든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냐며 그나마 지금은 자리를 지키고 있기라도 하지만 곧 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행해지는 단속으로 편하게 장사하기는 힘들어질 텐데 큰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신다.

혹시 전통손순대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주실 의향이 있으시냐고 여쭙자 어떻게 배운 기술인데 함부로 가르쳐주느냐며 혹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겐 가능할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기신다. 취재도중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들고 나는 것이 거의 단골손님들이신지 나누는 이야기들이 정겹기만 했다.

우리네 노점 마차가 모진 단속의 폭풍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은 동네 사랑방같이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