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신개발주의

      

     그리고 생계형 노점상탄압

 

                                                                                            최인기

 

삶의 전반이 공간을 구성하고 동시에 공간에 의해 제약이 되는 특성에 주목을 한다면 인간은 ‘공간적 동물’임에 틀림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바야흐로 도시개발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에는 수도이전계획으로 온 충청권이 들썩였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등장과 함께 ‘뉴타운’ 건설계획이 제출되자 강북지역 곳곳은 포크레인과 삽질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 청계천 복원공사 현장. 하천 둑을 콘크리트 호안블럭으로 발랐다. 환경과 역사복원이라며 시작되었지만 실상은 대규모 재개발이다.

 

이러한 ‘개발선호’의 현상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지난 시기 우리사회는 ‘잘살아 보세’ 라는 구호아래 개발이야말로 행복한 미래 사회를 여는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해하였고 과거의 것에 대한 집착은 낡은 것이요 게으름의 상징으로 통용되기 일쑤였다.

단번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개발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재벌과 정치가야말로 유능한 사람들로 여겨졌고 그러니 이들의 유착관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사회는 최소한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은 채, 복지국가의 경험도 결여된 속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지금의 도시를 만들어냈다.

최근 근대화의 영웅들은 개발 지상주의의 모습을 ‘신개발주의’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신개발주의’는 일단 우리사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즉 자본주의적 발전 과정에 따른 모순을 은폐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주요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미지들 (예를 들어서 생태․환경문제, 역사․문화 복원 등)을 우리 삶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주제들로 포장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구이다. 대표적으로 청계천 복원의 사례를 보자. 저들은 역사문화 또는 생태․환경 복원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건설과 개발로 나타나는 환경파괴와 역사문화제의 은폐와 파괴, 밀려나는 재개발지역의 원주민과 철거민들의 모습으로 실질적으로는 건설 자본의 이익과 이윤창출 위하여 그리고 서울시장의 정치적인 야욕과 욕망이 투영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이밖에 각각의 지방자치 단체 차원의 지역별 거리 조성과 민자역사 공사 등이 걷고 싶은 거리, 젊음의 거리 또는 문화의 거리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쓰고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는 매일매일의 공간이용을 통해서 나타나며 새로운 이윤 축적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을 뻗치게 되는 것이다.

 

▲ 서울역. 최근 많은 역사들이 민자역사로 바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개발주의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추진이 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와 같은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해당 당사자들과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놓고 추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청계천 복원 공사의 경우 모델로 상정을 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중심거리를 흐르고 있는 ‘도톤 보리천’의 경우, 청계천복원구간 5.4km보다 훨씬 짧은 1.4km구간으로 고가도로조차 없지만 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하천복원을 완수하기 위하여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거주를 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기나긴 합의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공사 설계도를 수정해 나가며 하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개발주의’는 형식적으로 우리사회의 주요한 화두이자 담론을 걸고 나오는 듯하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내모는 방식으로, 다시 말해 최소한의 합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

 

다음은 구체적으로 지역개발이 노점상에 미치는 현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2004년 광진성동지역의 건대 앞 전철 출입구를 둘러싼 문제는 지방자치 단체와 유통자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유착되어 나타나는지 잘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인 전철 출입구와 계단을 쇼핑몰을 통하도록 하여 쇼핑센타의 물건 구매를 자연스럽게 촉진시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강동지역에서 로데오거리 공사를 추진하면서 노점상의 생존권이 유린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으나 노점상들이 거리의 폭 및 가로등의 설치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여 부분적 승리를 이루었던 경우도 하나의 주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올해에도 산적하여 나타날 것이다. 확인된 것만 해도 도봉구 창동 민자역사를 비롯하여 노량진역 민자역사 건설 건, 동대문구 청량리 민자역사 주변과 롯데백화점 주변의 절대상대금지 철폐 투쟁 등이 있다. 지방의 경우 과거 울산의 차 없는 거리 조성 투쟁, 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테마의 거리 조성을 둘러싼 투쟁 등 생계형노점상은 물론 이 지역의 재래시장, 영세상인들을 포함하여 보이지 않는 전쟁에 이미 돌입하고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는 길거리라 할지라도 또는 우리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 몇 평짜리 노점자리라 할지라도 이는 우리의 의식을 떠나 대단히 정치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