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점상이다 -성남지역 이종철 회원

 

 

     당당한 노점상으로

 

                                                                                             신연숙

 

서울에서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분당에 도착하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올해 들어 제대로 된 눈은 처음이라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설레다가 눈 오는데 회원들 장사는 지장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이종철 회원을 찾아갔다. 취재 나온다고 하니 지역장님과 수석부지역장님 함께 해주셔서 성남지역의 상황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조금은 걱정했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노점을 하시게 되었어요?

 

“IMF전에는 농산물 유통공사에 과장으로 근무를 했지. 4년 동안 45%를 감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더 나이 먹기 전에 기반을 다지고 싶어서 다른 일을 시작해 보려고 그만뒀어. 직장 생활만 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음식점을 시작했지. 경험이 없어서 인지 장사 시작한지 2년 만에 퇴직금하고 조그만 아파트가 하나 있던 것 마저 날리고 망했지. 망하고 나서는 2년 정도 매일 술 마시며 방황했어. 무척 힘든 때였지.”

 

이종철 회원의 이야기에 옆에 계시던 지역장님도 “어? 형님 그 이야기 처음 듣는데요?”하시는 걸 보며 정말 노점상들의 과거는 다양하기도 하지만 너무 처절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매일 술만 먹고 방황하다 다시 회사를 다녀보려고 알아보니 월급이 13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거야. 그 돈으로 자식들 뒷바라지며 생계유지가 되겠어? 그래서 2000년 야탑역에서 먹거리 노점을 시작했지. 처음에는 부부가 같이 했는데 집사람이 허리가 아파서 잠깐씩 도와줄 수밖에 없어. 내가 성격상 거짓말을 못하고 원칙을 지키다보니 단속반이 나와도 합리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고 존중을 해 주는 편이야.”

 

노점상은 시민과 함께 해야지

 

“회원이던 비회원이던 보면 오죽하면 길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이 되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노점은 시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하면 돈은 더 벌지 모르지만 시민들이 노점상을 보는 눈이 고울 리 없지. 그래서 우리 성남지역은 자율질서를 철저히 지키려고 하지. 보통 5시부터 장사를 하는데 그 시간 전에는 길거리가 깨끗해. 시청에서도 그런 점은 인정해주고 있는 편이지.”

 

노점을 하면서 보람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실 노점을 하면서 보람을 갖기는 어려워. 하지만 아이들이 탈 없이 다 큰 거 보면 그게 보람이지 뭐!”

이종철 회원은 대학을 졸업한 딸과 지금은 군대에 있는 아들이 있는데 “시집, 장가 보내면 한 시름 놓으시겠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내가 그럴 형편이 되나? 자기들이 벌어서 갈 수밖에 없지 뭐?” 하시면서 빙긋이 웃으셨다.

 

아직은 노점을 하는 것을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모른다시며 사진찍기를 거절하셔서 할 수 없이 인터뷰만 했다. 처음에야 모두 어쩔 수 없이 길거리로 나서지만 노점은 결코 남에게 창피한 직업이 아니다. 이종철 회원님을 비롯한 우리 회원들 모두가 노점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못하더라도 떳떳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