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제 이렇게 보자
왜 이렇게 살기 힘들지?
김기선
“오늘도 만7천원이네. 20일이면 전기요금을 내야하는데, 전기요금조차도 벌지 못했으니……. 그런데도 봉고를 끌고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내 옆자리에 젊은이가 끼어든다. 장사가 잘 되면야 같이 벌어 같이 살자고 등 토닥이며 인사라도 건낼테지만, 하루 만원 버는 것도 신참내기와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니, 괜한 고성이 오고간다. ‘여기서 장사하면 나 죽어~’”
요즘 회원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들이다. 석유값이 오른 뒤로 각종 물가는 뛰어버리고, 나이를 막론하고 노점을 해서라도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 서울역
지하도 광고 전광판에 누군가 갈겨쓴 글씨입니다.
"노숙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내일은 좀 나아질까, 무슨 해답이라도 찾듯이 뒤져보는 신문에서는 경기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단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경제에 의존도가 높다. IMF 이후에는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데다 달러화가 약화되면서 수출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는 쓰는 돈이 더 많아진 것이다. 2004년 중반까지 수출증가율이 40퍼센트에 육박하던 것이 작년 연말에는 10퍼센트대로 추락했다. 이윤을 쫓아서 흡혈귀처럼 돌아다녔던 기업들은 투자를 하기보다 돈을 쌓아두고 있다. 그런 돈들이 무려 60조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은행 총재 박승은 “우리 경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인이 이럴진대, 정부와 가진 자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높은 고임금, 전투적인 노동조합 때문에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니 당연히 노동자들이, 그의 가족들인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로만 그럴듯한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 시장경쟁’이 그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경제위기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노동자들은 지난 세월동안 생산성을 높여왔다. 생산성으로 따지면 세계3위이다. 반면 임금은 생산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오히려 80년대 말,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임금이 더 높았었다. 이를 저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소비가 문제라고 한다. 이 또한 얼마 전 보도된 통계를 보면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2~30대를 대상으로 ‘소비지향’을 조사하는 설문이었는데, ‘없는 집 자식’들은 2005년 소비가 더 떨어질 것이며, ‘있는 집 자식’들은 더 늘어날 것이란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실은 암울하다.
작년 한해동안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던 노동자들이 무려 22만여명이다. 하루에 650여명이, 한시간에 25여명이 직장을 잃어 거리를 헤매야 했다.
작년 연말을 ‘일용직 노동자의 4살 난 아들이 굶어 숨진 사건’을 접하며 보내야 했으며, 나날이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로 을유년 새해를 불안하게 맞이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노무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뉴딜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금, 정부예산, 민간자본에서 모두 10조 원 안팎의 자금을 유치해 사회기반시설, 아동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임대주택 등 대대적인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경기부양 정책이 빈사 상태에 있는 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잠시 유예할 수는 있겠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경제를 회복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추운 겨울, 그보다 더 매서운 경제한파는 우리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것 같다. 우리의 생존권은 너무나 소중하고 정당하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의 생존권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 힘들지만, 조금씩 우리의 단호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APEC 등의 국제행사, 경제특구, 문화지구 등의 정부시책으로 내몰리게 될 우리의 생존권과 민자역사 등의 대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