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점상이다 -관악지역 전종표 회원

 

 

저요? 노점상입니다

 

     ▲ 관악지역 전종표 회원

 

                                                                                           이근혜

 

옷깃을 자꾸 여미게만 만드는 차가운 바람이 매정하게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회원과 처음 하는 인터뷰는 나의 걸음을 설레게 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뜨거운 오뎅 국물과 출출한 배를 달래줄 떡볶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맛있게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포장마차로 들어가 뜨거운 오뎅 국물로 추위를 달래며 “혹시, 전종표 회원님이 장사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묻는 나에게 누군가 환하게 웃었다. “잘 찾아오셨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악수를 건네는 전종표 회원의 손은 차갑지만 따뜻했다.

 

사실, 인터뷰는 하는 사람도 그렇고 받는 사람도 그렇고 긴장하게 마련인데 전종표 회원의 자상함과 재치는 나의 그런 걱정을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자녀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노점상 희노애락 이야기 등 8년을 거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따뜻하고 푸근한 사람이었다.

 

이 : 노점상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사실, 저의 엄마도 제가 어렸을 때 노점을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제가 유치원 다닐 즈음이었는데 엄마 장사하는 옆에서 장사 끝나기를 기다리며 놀곤 했어요. 그런데 요즈음 거리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요. 80년대 90년대 보다 경제는 성장했다지만 오히려 노점상은 더 많이 늘어난 것 같아서요.

 

전 : 맞아요. 저도 노점상을 하기 전에 학원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원을 접고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봤어요. 막노동도 해보고, 택시기사도 해보고… 사실, 노점상도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택시기사도 엄청 힘들어요. 회사에 취직하기보다 택시기사 하는 것이 좀더 쉬울 꺼라 많이들 생각하는데, 막상 하루에 14~15시간동안 앉아서 운전하면 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사고날까봐 스트레스 받고, 정신적으로 무지 고통 받아요. 월급도 적고. 그리고 노점상도 마찬가지예요. 노점상이 너도 나도 다 하는 것처럼 보여서 쉽게 생각하는데 노점상 이라는 직업이 그리 녹록치 않아요. 아무리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지만 어쨌든 합법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같은 노점상끼리 서로 더 많이 벌겠다고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할 때면 저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자리가 조금 넓어지면 장사가 더 잘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거리를 다니는 시민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거리를 다니는 시민의 입장에서 한번만 더 생각하기를 말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장사하는 곳의 주변을 제가 직접 청소해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단속 때문에 힘들죠. 제일 화나고 열 받을 때가 언제냐 하면 포장마차 안에서 다 식은 밥 한 그릇 먹으려고 하는데 단속반이 와서 빨리 포장마차 치우라고 하면 정말 화나요. 밥 먹고 치운다고 해도 막무가내니까요. 노점상은 밥도 먹지 말라는 건지 원…….

 

그래도 저는 노점상을 하면서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 다 시켰어요. 이번에 아들과 딸 수능시험을 치렀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인 건 많이 신경 써주지도 못하는데 자식들이 너무 착하게, 성실하게 자라줬다는 거예요. 부모님 힘들게 일하신다고 알아서들 밥 먹고, 공부하고 그렇게 커준 것이 고맙지요. 부족한 삶일지라도 마음만은 부족하게 살면 안돼요. 노점상하는 곳 앞 상가사람들 하고 많이 친해지면 좋아요. 사람이 산다는 게 홀로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갈수록 경기가 어려워져서 점점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져요. 내 자식들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부모마음이 다 그렇죠. 뭐…….

 

수줍게 웃으며 소주 한 잔으로 메인 목을 축이는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은 단지, 전노련 회원을 만난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만난 시간이었다. 산다는 것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자문을 던지며 돌아서는 내 등에 그가 소리친다. “나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노점상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