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을 부활시키려는 자, 그 누구인가?

 

     ▲ 국가보안법 농성에 돌입하는 날

 

                                                                                        최인기

 

반세기를 넘긴 ‘국가보안법’이 다시 기사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연내에 폐지시키기 위한 투쟁과 집단 단식과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한 곁에서는 ‘국가보안법’을 놓고 보수정치집단의 정치적인 거래와 흥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중들의 의지를 농락시키고 있다. 우선 주범은 당연히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무덤에서 끄집어내어 수구세력의 총결집을 통해 색깔공세를 퍼부으며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소위 개혁을 자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태도가 모호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4대 개혁입법안을 국회에서 올해 처리하는 대신 ‘국가보안법’은 내년 임시국회로 미루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우리사회의 민주와 진보를 앞당기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수구세력을 위협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타협의 산물로 삼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쇼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밖에 운동 진영 일각에서도 조심스럽게 민생현안을 위해 ‘국가보안법’투쟁을 유보해야하지 않느냐라는 위험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명백히 우리사회가 진보로 가는 길에 있어서 구시대의 악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전선을 흐리는 일이다. 민생 현안과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하나를 포기하고 또 하나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위와 같은 주장이야말로 수구세력들의 논리에 놀아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제대로 된 민주와 진보 없이, 즉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우리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현재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는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몰아칠수록 더욱 점점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많은 문제와 현안들이 국회의 입법과정을 통해서 다루어지겠지만 사실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힘은 민중들의 힘에서부터 비롯된다. 전국의 노점상들도 위와 같은 ‘국가보안법’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아래로부터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전 효순이 미선이 추모 집회 때 서부 등 여러 지역에서 노점상들이 좌판과 리어카 위에 촛불을 켜고 항의차원에서 장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에 보도가 되어 자그마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 노점상들의 손에손에 촛불이 들려지고 행진이 이어질 때 반세기를 넘긴 역사의 질곡은 마침내 민중이라는 장막 뒤로 물러서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세상,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받는 세상이야말로 투쟁하는 노점상들이 원하는 세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