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근혜

 

                                 10월 10일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애비 잘 만난 놈들은 태어날 때부터 회장님, 사장님으로 정해진 나라. 이 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내일에 대한 희망도, 새끼들에 대한 미래 따위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 꿈은 포기하고, 회사 짬밥 20년에 월급 100만원을 받아도 “사장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감지덕지 살았더라면……. 그 순박했던 웃음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의 천국인 나라에서, 어찌 감히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단 말인가?

 

정규직 노동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회사와 재계약이 없으면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노점상이 되었다.

 

노동법 개악

 

지난 9월 1일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을 예고했다. 내용인 즉 첫째, 파견직의 허용범위를 전면 확대했다. 둘째, 파견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였다. 셋째, 비정규직 계약기간 1년을 넘기면 무조건 정규직화 해야 했었는데 이제 그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넷째, 무엇보다 이번 노동법 개악안은 비정규직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정규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계약해야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바뀐다는 어이없는 현실이다. 이것이 어찌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란 말인가? 지난 10월 10일 대학로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소속의 1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총파업을 결의했다.

 

비정규직 철폐

 

빈곤층 40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신용불량자 38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빈민이 되고 싶어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싶어 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밥 세끼 먹고 자식들 학교 보내고 살 수 있다. 마음대로 부려먹고 가진 놈들 배불리려 우리의 마지막 수단인 노동력마저 마음대로 주물러대려 하는 정부와 자본가들을 용서할 수 없다. 억압과 착취를 합법화 시키려하는 만행을 반드시 철폐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