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점상이다 - 변덕순 회원

 

       사랑합니다. 동지여러분!

 

          그리고 존경합니다.

 

                                                                                           최영희

 

 

“뭘 물어보세요. 요새 경기 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 나는요 장사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요즈음 정말 화가 나서 못견디겠어요. 지역장님을 저렇게 구치소에 보내버리고, 내가 무슨 신명이 나겠어요. 단지 어떻게든 지역장님 나오시도록 우리가 힘을 모으고, 또 그 분 나올 때가지 삼산 잘 지키는 거 그게 내 할일이겠지요.”

삼산 지부장님의 첫마디이다. 장사가 잘되느냐고 물어 보았다가 된통 일침을 맞았다.

 

지금 울산엔 제법 거센 빗줄기가 내리는데, 지부장님 얼굴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비가 오는데도 그래도 오늘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이 많다. 요새는 거리에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어려운 경기 탓에 사람들이 아예 나올 생각들을 않는다. 또 나와도 돈을 풀지를 않는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몇 천원에도 벌벌 떠는 모습, 요즈음 생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달걀지단을 부치는 지부장님 솜씨가 제법이다. 노점장사를 한지 몇 년 안되었지만 그래도 먹거리 노점으로서, 삼산지부의 지부장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으시다. 지금 삼산에는 행정대집행이 예고되어 있어 전회원이 투쟁조끼를 입고 장사를 하고 있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남구청에서는 용역을 수의계약 할 예정이다. 남구 의회에서 용역책정비가 통과되었다고 한다.  언제, 어느 때 남구청 용역들이 이곳을 침탈할지 하루하루가 긴장의 나날들이다. 

 

지부장님 하루가 너무 바쁘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장사해야지, 손님들에게 철거에 관한 진정서에 사인 받아야지, 이틀에 한번 꼴로 비대위회의 참석해야지, 구치소로 변호사사무실로 남구청으로 신발바닥이 닳도록 뛰어 다녀야지, 회원들 교육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나요, 나 바쁜건 괜찮아요. 지금 수배 중에 떠돌아다니는 전노련 식구들도 많잖아요. 그런 건 견딜 수 있는데, 창원(시댁)에 맡겨둔 우리 형구(9세)가 보고 싶고, 미안하고 그래요.”

슬며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곧 야무진 모습으로 말을 잇는다.

“어떻게 하든 우리 지역장님!  빨리 나오시게 해야죠.  글구 저 나쁜 남구청놈들, 이 용역새끼들 발도 못붙이게 할겁니다. 나, 아니 우리들요,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걱정은 크게 안해요. 우리 회원들이 있잖아요. 함께할 동지가 전국에 백만이에요.”

 

환하게 웃는 삼산지부장! 그녀가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사랑합니다. 동지여러분! 그리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