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내 발등 찍는 과태료

 

                                                                                             신연숙

 

각 구청에서 발부되는 과태료 딱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먼저 들여다 보자.

▶제목 : 〔일반〕 도로법 위반 과태료(수시분) ▶금액 : 500,000원 ▶부과 근거 : 도로법 40,47조 ▶과세물건 : 불법 노점이라고 되어있고, 옆에는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77%까지 가산할 수 있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지방세법 제 28조에 근거 재산압류를 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곁들여 있다.

노동자들의 손해배상가압류와 마찬가지로 노점상들이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는다며 재산가압류까지 진행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회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먹고 살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50만원씩이나 과태료를 내라고 하면 나보고 굶어 죽으라는 얘기야?”

“구청에서 뭐 조사나 제대로 하고 과태료 물리는지 알아? 차가 있으면 차 번호 보고 조회해서 무조건 날리는 거야. 언제 조사해 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그거 받으면 얼마나 황당한데.”

 

회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노점상들에게 큰 돈일 수밖에 없는 고액의 과태료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언제든지 구청 마음대로 재발부될 수 있는 현실이다.

 

한 회원은 3일동안 50만원씩 150만원의 과태료를 발부한 구청에게 “모두 불경기라 장사도 잘 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사실 여자 혼자서 노점을 하기가 어렵지만 남편은 몸이 아프고 자식들은 아직 학생이라 내가 어떻게든 벌지 않으면 안되는데 구청 놈들은 한 두푼도 아니고 그 돈이면 남편 병원 다니고 아이들 학교 보낼 돈인데...”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이것 마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해서 남편 병 수발과 자식들을 가르치라는 것이냐”며 노점상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단속과 과태료로 노점상을 탄압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 젊은 노점상들에게도 과태료의 칼날을 여지가 없었다. 취업이 어려워 노점상들 시작하게 된 한 회원은 “사실 공산품은 비가 오면 장사를 못하는데 장마가 끝나고 장사를 하러 나왔더니 바로 과태료 용지가 날라 오더라구요. 제가 장사를 좀 해서 형편이 나으면 그래도 혹시 모르겠는데 장사해서 번 돈 보다 더 많은 금액의 과태료 딱지가 나오니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요. 없는 사람들이 살려고 하면 도와주는 게 정부가 아닙니까. 근데 이런 많은 액수의 과태료가 계속해서 나오면 살지 말고 죽으라는 얘기와 뭐가 다릅니까?”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노점상들의 투쟁을 보면 용역, 공권력과의 직접적인 투쟁이 많았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과태료를 남발하는 구청과의 싸움은 용역깡패들과 싸움 보다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태료 남발을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치부하거나 ‘과태료 내면 단속이 덜하겠지’하는 생각이 노점상들에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떡 하나주면 안잡아 먹지’하는 호랑이와 같은 것이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노점상들을 조금씩 갉아 먹다가 결국 노점상들을 완전히 죽일 것이다. 노점상들을 서서히 죽이려는 과태료 문제 또한 지금까지의 투쟁처럼 단결하여 박살내는 길만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