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재 동지에게 


- 한국사회당 서울시당 오준호 위원장
 
여보, 몸이 아프면 오늘은 집에서 쉬어요
당신은 아내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남기고 자신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아저씨 왜 가셨나요
단골 여고생들의 그리움을 뒤로 하고 당신의 노점수레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근재 동지
 
저승에도 단속이 있다면 거기서도 당신은 영영 도망다녀야 합니까
저승에도 용역깡패가 있다면 당신의 영혼은 노점수레처럼 또 부서져야 합니까
 
그럴 지도 모릅니다
 
이미 지상을 그들의 천국으로 만들어놓은 가진 자들이
분명히 저승에서도 대형마트와 백화점과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은 내쫓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지여 어찌해야 합니까
 
온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던 외환위기 때
국가가 국민의 일자리도 생계도 책임져줄 수 없다고 드러누웠을 때
우리는 금도 모으고 끼니도 거르고 직장에서 쫓겨나면 거리에 좌판을 깔면서
그래 열심히 살아서 내 가족 먹이고 우리 나라도 일으켜야지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부가 드러눕고 부자들이 재산 빼돌릴 때에도 
우리는 불평 한마디 없이 일하고 세금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겨울단속 용역깡패 포크레인 전투경찰
거둔 세금으로 깡패를 사서 노점을 때려부수고, 우리가 뽑은 시장이 컨테이너로 시청문을
닫아걸고, 시장을 만나자는 시민에게 물대포를 뿌려대었습니다
 
이런 것도 나라입니까?
10년 전 불평 한마디 안했던 우리는 어쩌면 그렇게 바보였습니까?
그때 일어나 뒤집었더라면, 민중을 위한 참된 정부를 세웠더라면
이근재 동지가 이렇게 허무하게 갔겠습니까?
 
저들은 노점상 없는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 도시는 길거리에 구두 닦는 사람도 없고 연인들과 학생들이 어묵 사먹는 일도 없고 가난한
부부가 싸구려 커플 티를 사입고 웃을 일도 없는 그런 도시입니까?
초대형 백화점에 수천만 원 소파와 수백만 원 핸드백을 갖다놓고 
비정규직 점원들이 하루 12시간 서서 관절염 걸려가며 부잣집 사모님에게 허리 굽혀야 한달
80만원 버는 그 도시가 명품도시입니까?
 
우리가 펼친 좌판에는 돈으로 처바른 명품은 없지만
성실한 노동과 영세생산자들의 희망이 있습니다
딸린 자식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시민들의 즐거운 대화가 있습니다
한 가정과 한 사회와 한 경제가 우리 노점에 달려 있습니다
 
누가 이 가치를 부정합니까?
누가 이 노동을 거리의 쓰레기로 비난합니까?
노무현 정부입니까, 가진 자들의 정당 한나라당입니까?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당당한 이 나라의 주역입니다 이 경제의 역군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가치를 부정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부정함으로써 미래를 쟁취해낼 것입니다
반드시 이 지상에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만들 것입니다
 
이근재 동지여 부디 고이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