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시위자유와 도시빈민.
전국빈민연합 최인기 사무처장
1. 들어가며
도시빈민 조직은 사회적 협상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특히 노점상, 세입자 및 철거민들의
생존권투쟁은 그나마 집회와 시위를 통하여 주장과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으나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규제하고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 집시법에 입각하여 진행되는 모든
집회는 불법으로 저촉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기층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직 간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규제 할수록 이에 따른 저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정치적 안정에 기여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우리역사를 보더라도 충분히 잘 알 수 있는 사항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집회시위에 따른 민중들의 기본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2000년대 들어 집시법이 개악된 이후 도시빈민 진영의 사례들을 모아 봤다.
2. 집시법 제 3조 (집회 시위의 방해금지)
2005년 6월 남대문 시장 내 노점상에 대하여 경비용역 회사 직원들이 갈취를 한 사실에 대하여
항의 집회를 개최한 적 있다. 이날 집회현장에서는 용역경비들이 주변을 엄호하거나 집회실무를
준비하는 집행부에 대하여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현장에 있던 남대문서
경찰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원만히 집회를 개최 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경찰은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이날 용역경비의 사주를 받은 1인이 웃통을 벗고 집회에서 행패를 부렸으나
오히려 이를 만류한 사람이 폭력으로 고발당하여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3. 제6조 (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집회신고를 처음해 보는 사람은 23가지에 달하는 항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순서는
물론 연사명단, 물품, 선전물 내역까지 상세히 기제를 해야 하고 평화집회 각서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신고사항으로 인하여 집회신고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집회신고서는 집회진행과 관련하여 경찰서에 절차적 협력의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럼에도 현행 집시법은 신고서의 기재 사항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하거나 집회참여
인원의 축소를 종용하거나 집회자체를 아예 금지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2002년 박봉규열사 투쟁과
2004년 6.13대회시 집회신고서에 기재 되지 않은 선전물품, 피켓, 대형만장,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집회를 불허하거나 원천 봉쇄한 바 있다. 집회를 위축 관리시키고 있는 것이다.
4. 제5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통고) 제11조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서울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로 대부분 묶여 있어 안전하게 집회를 치루거나 행진할 수 있는
공간은 희박하다. 도심지 몇몇 지역은 집회선점을 위해 관변단체 또는 경찰의 사주를 받은
단체들과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집회선점을 위하여 공갈집회를 장기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항이 초래되고 있다.
위 조항은 집회를 허가제로 악용하는 2007년 2월 1일 성남지역 집회불허 통고에서 알 수 있듯이
전빈련에서 진행하는 수차례 집회에 대하여 취소 한 바 있다. 물론 법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급히 치러 야 할 집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거나 할 수 없이 인원 및 행진코스를
축소해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5. 제12조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
2006년 11월 8일 ‘2006년 전국빈민대회’를 개최 후 행진 말미에 중구 회현 사거리에서
김모(26)씨가 자신의 소렌토 승용차로 타고 가다 `한미FTA저지, 생존권쟁취 전국 빈민대회'에
참가 중이던 전국빈민연합 소속 전국노점상연합 남모(42)씨 등 4명을 치고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경찰 측에서는 교통소통을 위하여 시위대열 일부를 제한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이미 사고가 발생하기 30분전 선두대오가 행진하는 시간에도 회현 로터리 부근에서 버스와
승용차들이 일방적으로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전빈련 측에서 원활하게 집회가 진행 될 수
있도록 경찰이 나서서 차량을 통제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집회주관 단체인 전빈련의 주장을
묵살한 바 있다.
6. 제12조 (확성기 등사용의 제한)
확성기 사용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집회취소를 당한 경우는 없다. 그러나 집회를 진행하는 중
소음 측정기 설치를 통하여 경찰이 집회도중 수시로 개입하고 간섭하여 집회를 위축 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7. 제13조 (적용의 배제)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 내지 제12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002년 박봉규열사 사건 관련 서울시청 기자회견, 2003년 서울시 청계천 복원공사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노점상 철거민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사실과
관련하여 집시법을 적용한 사실이 있다. 이로 인하여 과거 집시법 실형 경력이 있는 집행부에
대하여 (직접 집회신고자도 아니고 단체의 대표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합된 다른 사건이
무죄가 나오자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실형선고를 한 사실이 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11월
9일 서울경찰청 앞 기자회견에 대하여 집시법을 적용하여 현재 전빈련 간부에게 출두명령을 내린
상태다.
8. 제15조 (질서유지인의 준수사항 )
질서유지인은 집회를 원만히 치루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집행 진행하면 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집회에 대한 책임(10조,11조,12조)을 물어 질서유지인은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를 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전체 집회 대오의 질서유지인 10%를 요구하고
있어서 질서유지인 명단 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9. 제17조 (경찰관의 출입)
‘경찰관은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에 정복을 착용하고 출입할 수 있으나 옥내집회장소에의 출입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 한 한다’ 로 되어 있다.
2007년 1월 8일 광명지역 집회시 시청으로 행진 중 경찰이 행진 중 대오에 정복 경찰이 무전기를
들고 뛰어들어서 과도하게 행진대오를 통제하고 지휘하거나 평화 행진을 하는 중에도 행진대오를
향해 계속해서 카메라로 근접 촬영을 하는 등 집회참가자들을 민감하게 자극하거나 위축 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지어는 사복 경찰을 일반 시민으로 위장하여 집회 대열에 합류시켜 사진 채증
및 개입 하는 등 이로 인해 집회참여자들과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 기타 사항.
- 공동공모 정범.
공동공모 정범과 관련하여 2004년 주최자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조항을 새롭게 개악 시킨 바 있다. 한편 이 조항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집회참가자들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집회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켰던 사항이다. 2002년 박봉규열사 분신사건과
관련하여 중구구청을 상대로 수차례 집회를 개최하던 중 노점상 집행부 약 10여명에게 긴급체포
영장이 발부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단체 의장단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간부들은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으나 전과 기록이 있는 한 간부는 공동공모로 인하여 1심에서 징역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1년 6월 2년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다. 이밖에도 간부 및 의장단은 수차례 단체
책임자라는 이유로 현재도 책임을 물어 구속 수배 재판 계류 중인 상태다.
- 사전협의.
사전협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과 협의 하에 집회행진 코스를 변경하거나
집회시간을 조정한 사항에 대하여 이후 해당 경찰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01년
12월 2일 민중대회시 전빈련 대오가 파고다 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1차선 행진 도중 종로3가
도로 폭이 좁아지면서 병목현상이 생기며 행진이 멈춰진 상태였다. 당시 종묘공원의 본 집회
장소는 반대편 방향 대학로와 수훈회관 등에서 행진하는 노동자 농민 대오로 인하여 차량이 전진
할 수 없고 가로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전빈련 행진 대오가 본 대회 장소로 접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종로 관련 정보과 형사를 통해 애초에 신고된 1차선 행진에서 2차선으로 변경하여 행진 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승인이 떨어지자 2차선 행진을 시도한바 이로 인하여 경찰조사 및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밖에도 2002년 박봉규 열사 투쟁과 관련하여 중구구청 앞에서 집회를
치루 던 중 일몰 이후 해당 경찰관과 사전에 협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사건의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 경찰관과 사전협의한 사실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었다.
- 해산명령.
자체적으로 해산하고 이동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이동을 원천봉쇄하는 경우가
있다. 2005년 10월 1일 청계천 준공식 때 장애인 이동권 연대 주최집회가 끝나고 이동하려는
장애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실무자 및 철거민 등 도시빈민들에게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동을
차단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사실이 있다. 해산명령과 관련해서는 경찰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 되어 있어 편의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 기타
실제 집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처벌할 때 적용되는 죄명은 집시법 위반 외에도 업무방해죄,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교통방해죄, 등등 집시법 이외의 처벌
규정이 많다. 그러나 집회 시위를 방해한 경찰을 비롯 국가기관에 대한 처벌 규정은 별도로 없다.
심지어 경찰의 집회 시위의 대응은 날로 폭력성을 더하고 있으며 경찰들에게 테이저건(5-6m
앞에서 발사하여 진압하는) 신형 무기를 확대 지급할 예정이다. 노동자, 농민들의 집회 시위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죽어나가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없으며 오히려 법적용의 형편성이 되지 못하다 할 것 이다. 이밖에도 여의도 공원과 같은 공간은
주변의 롤러스케이트, 자전거 대여점에서 임대를 하여 공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신고한
집회에 대하여 비공식적으로 하루 사용료 약 3백만원을 지급하거나 공원법에 따른 별도의 신고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13. 결론
도시빈민운동 진영에서 전개하고 있는 집회시위에 따른 법적용을 검토한 결과 운영상의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입과 귀를 소음규제라는 명목으로 가로막고 있다. 둘째
장소제한이라는 이름으로 발목 잡고 있으며 셋째 집회장소를 전경버스로 둘러싸 시선을 봉쇄하고
있다. 넷째 법적용에 있어서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여 집회를 불허하거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운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총동원하여 일반 시민들과 집회주최자들 상호간에
교통정체 및 사회적 손실을 운운하며 이간질 시키거나 사회적인 갈등을 낳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 2월 2일 한국, 집회 시위비용 한해 12조원 지출
결국 우리사회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정치사상의 자유를 가로막거나 집회의 결사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가름하는 주요한
기준이지만 어느 것 하나 녹녹하지 않다. 결국 악법은 결코 법이 될 수 없다. 잘못된 법은
전민중의 힘으로 반드시 깨트리고 마침내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참고 자료
개악 집시법 불복종운동 매뉴얼 -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 - 안경환 정인섭 -
전노련 기관지 6호 ‘제대로 된 투쟁, 승리하는 집회를 만들자’ - 최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