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에 ‘장대석’이 깔린 이유
[대구] 강기원 origin8588@hanmail.net
대구를 대표하는 곳은 어디일까. 많은 곳이 있겠지만, 대구를 둘러본 적이 있거나,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주저 없이 동성로를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대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대구의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구백화점이 들어선 1970년대에는 멋과 낭만의 거리였고, 1980년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었을 때에는 아픔의 거리이기도 했다.
그런 동성로가 대구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통해 ‘걷고 싶은 명품거리’로 변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함께 추진한 이번 사업은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난개발된 동성로를 쾌적하고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으로 개선해 시민들이 걷기 편하도록 개선하는 사업이다.
새롭게 조성된 야외광장
대구광역시와 중구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공사비 42억원을 투입해 대우빌딩~대구백화점~동성5길을 잇는 760m 구간을 ‘걷고 싶은 명품거리’로 조성했다
우선 대구광역시와 중구청은 전봇대와 한전 배전반을 철거하고 노점상의 위치를 옮겼다. 길 바닥에는 컬러 점토블록을 깔았고, 야외무대 및 광장, 바닥분수, 벤치 6개소 등을 조성했다. 또 목백합 등 나무 41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중구청 공공디자인개선사업팀 김명주 팀장은 “한전 배전반 이전 문제와 노점상 철거 문제는 10년이 넘은 민원이었다”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점상과 전봇대, 배전반 등이 사라지자, 거리가 시원해졌다. 붉은색과 갈색의 길바닥은 세련미를 더하고 있고, 야외무대 및 광장에선 다양한 시민참여형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고풍스러운 나무벤치와 조명은 유럽의 어느 유명한 거리에 와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새롭게 조성한 벤치.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러 나왔다는 고교생 김수용군(18)은 “예전에는 동성로 거리의 1/3은 노점상이 나머지는 1/3은 차들이 차지하고 있어 막상 사람들이 다니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음 놓고 걸어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홍종훈씨(50)도 “유동인구가 예전보다 늘어나다 보니까 상권도 많이 살아났고 매출도 조금 늘었다”며 이번 사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구광역시와 중구청은 단순히 거리를 현대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성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곳이 100년 전 일본인이 대구읍성을 허물고 만든 도로라는 점을 고려해, 당초 성벽이 있던 곳에 성을 쌓는데 사용하는 장대석을 1.5m 너비로 깔았다.
장대석이 깔린 동성로 거리.
동성로를 찾은 직장인 최정수씨(33)는 “주변에 2.28공원이나 국채보상운동공원등이 있어서 이와 관련한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동성로의 역사는 잘 알지 못했다”며 “이렇게라도 해놓으니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장희영씨(49·여)는 “울퉁불퉁한 장대석을 걸으니까 재미있다”면서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는 표지판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젠 동성로 공공디자인 2차 사업도 곧 끝난다. 총 20억원을 투입한 이번 사업에선 동성5길∼중앙치안센터∼통신골목 구간 540m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이미 80% 정도 작업을 끝낸 상태라고 한다.
대구시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내년에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 2차 사업까지 끝나면 도시가 아름답게 변모하는 것은 물론, 동성로를 찾는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걷고 싶은 명품거리'로 새단장을 마친 동성로. 대구의 상징을 넘어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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