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명물 '김떡순', 추억과 함께 사라지나
| 기사입력 2009-11-30 17:06
【서울=뉴시스】박준형 기자 = "남편과의 추억이 서린 곳인데 안타깝네요."
이전이 확정된 종로 일대의 명물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아쉬움이 가득하다.
서울시는 30일부터 종로2가~4가 대로변에 줄지어 늘어섰던 노점이 종로3가 관수동 '빛의 거리'로 이전, 종로거리가 걷기 편한 관광특화거리로 탄생한다고 29일 밝혔다. 시는 12월 말까지 이전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종로 일대 노상에서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포장마차들이 정든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종로 일대에는 떡볶이와 어묵 등을 팔던 포장마차들이 운집하기 시작했고, 금세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포장마차들은 '김떡순'을 비롯해 '삼색 어묵', '오코노미야키' 등 '종로식 퓨전음식'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았다.
퇴근길의 중년 남성들과 하이힐을 신은 새침한 아가씨들이 비좁은 포장마차 추녀 밑에서 어깨를 비집고 이쑤시개로 떡볶이를 찍어먹는 모습은 이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오랜 시간 시민들의 곁을 지키던 대표 '먹거리'였지만, 이번 서울시의 결정으로 이전이 확정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종로 일대 노점상과 관련된 추억을 갖고 있는 시민들은 기억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연애시절 종로 일대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던 회사원 박현경씨(32·여)는 "신혼 때 남편과 데이트하면서 즐겨 찾던 곳"이라며 "장소를 옮긴다는 것 자체가 남편과의 추억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시민 황경모씨(34)는 "종로에 오면 항상 포장마차를 찾았다"며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더욱 생각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회사원 김영미씨(27·여)는 "길거리에서 먹는 떡볶이나 순대 등은 보통 눈에 띄면 간식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노점상들이 이전한 뒤 한 곳에 모인다고는 하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학원가가 밀집한 종로를 찾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노점상 이전이 가져다주는 안타까움은 마찬가지였다.
종로3가에 있는 모 학원을 다니고 있는 재수생 남성식씨(20)는 "쉬는 시간이면 잠깐 나와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이제는 그런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시민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종로 대표 먹거리 '김떡순'. 명맥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 이어지겠지만 추억은 서민들의 아쉬움 속에 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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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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