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성 없고 칙칙해진 자갈치 시장의 대변신 시도
공공디자인 최종보고회 컬처·쇼핑·에코존으로 롯데타운과 시너지효과
부산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자갈치 시장'이 대변신을 거듭한다.
2006년 말 새 자갈치 시장 건물 개점에 이어 충무동에서 남포동까지 자갈치 시장 전체의 리모델링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근에 초고층 마천루 롯데타운의 롯데백화점이 오는 연말 문을 열어 침체된 이 일대 분위기를 확 바꿀 것이란 기대감도 더해진다.
부산시는 11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세계도시 부산의 도시 공간 브랜드 개발을 위한 자갈치 시장 공공디자인 개발사업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부산시가 지식경제부의 '공공디자인 개발사업 현상공모'에 선정돼 시행한 용역의 최종보고회다. ㈜세한기획과 동서대 산학협력단이 마련한 이 자갈치 시장 대변신의 밑그림은 자갈치 시장 일원을 단순 소비 장소가 아닌 3소(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와 5고(먹고, 보고, 사고, 쉬고, 체험하고)의 역동적 공간으로 창출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에코, 컬처, 쇼핑존
자갈치 아지매들의 억센 생활력이 주는 역동성이 넘치는 곳이 자갈치 시장. 그러나 울퉁불퉁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 이 색 저 색이 어지럽게 뒤섞인 노점상이나 포장마차 등 뭔가 낙후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세월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요구나 선호도 바뀌었다. 또 원도심이 침체되면서 자갈치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칙칙해지는 상황.
이번 공공디자인개발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중구 남포동 건어물시장~서구 충무동 보수천까지의 자갈치 시장 수변 구간이 '걷고 싶은 테마거리'란 주제로 컬처존(보이소), 쇼핑존(사이소), 에코존(오이소) 등 3개 주제에 맞춰 특화 개발된다. 건어물시장~일명 '곰장어 골목' 입구까지 7024㎡의 '컬처존'은 테마가 문화, 축제, 공연의 장. 야외공연시설에다 광장, 바닥분수 친수공간, 바다조망 푸드 코트 등이 들어선다.
'쇼핑존'은 새 자갈치 시장 건물을 중심으로 한 곰장어골목 8135㎡를 대상으로 한다. 상권, 정체성, 이미지 보존이 기본방향. 새 자갈치 시장 건물과 골목상가의 역사성을 활용한 테마시장으로 조성된다. 보수천~신동아수산시장까지 5218㎡의 에코존은 휴식, 만남, 소통이 주제다. 걸어 다니며 바다를 즐기고 휴식을 하는 장소란 얘기다. 소규모 녹지공원인 포켓파크와 에코카페 등이 설치된다.
▲ 부산 자갈치 시장이 공공디자인 사업을 통한 대변신을 시도한다. 산뜻하게 단장된 쇼 핑존(조감도 위)과 시민들이 바다를 즐기고 휴식을 하는 에코존(조감도 아래), 축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컬처존으로 나눠 특화 개발된다.
◆디자인의 옷을 입다
자갈치 시장 공간 구조의 변화는 이렇게 3소·5고에 맞춰져 있다. 이 공간 안의 콘텐츠도 확 변한다. 우선, 색깔. 빨강, 파랑, 노랑을 주 색조로 하되 연하늘색, 연회색, 연살구색 등이 보조색으로 추출됐다. 이들 색조를 중심으로 가로등·간판 등 각종 도로 부속물들이 만들어진다. 포장마차는 노란과 연두색의 파빌리온식 천막으로, 카페·카페테리아·갤러리카페 등은 컨테이너 박스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좌판대는 연두색과 연회색에 바퀴가 달린 디자인으로 통일된다.
도로 바닥은 화강석, 자연석 판석으로 하고, 조경수를 많이 심어 직사광선을 막아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벤치나 휴지통, 가로등, 안내 표지판 등의 디자인도 각 3~4가지씩 제안됐다. 예컨대 온화한 갈색을 바탕으로 한 편백나무 안내판, 백색을 바른 스테인리스 안내판 등이다. 서체도 한글과 영문의 지정서체가 개발돼 안내판이나 간판에 동일한 서체를 쓰도록 한다. 이런 자갈치 시장의 디자인 대변신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시의 자갈치종합수산관광단지 개발에 연계돼 추진된다.
◆마천루 롯데타운과 시너지 효과
부산의 또 다른 매머드 백화점으로 기록될 부산 중구 중앙동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백화점은 자갈치 시장과 도로 하나를 두고 인접해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롯데쇼핑㈜이 옛 부산시청 자리에 건립 중인 롯데타운의 일부분이다. 영업면적만 4만5563㎡(1만3807평)에 이른다. 총 60만664㎡(18만1700평) 규모로 지어질 롯데타운에는 롯데백화점 외에 2014년까지 대형마트와 시네마, 호텔, 고급 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만큼 이 백화점과 롯데타운은 자갈치 시장의 변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면서 화룡점정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구측은 "이런 변화와 변신의 움직임 덕분에 광복 및 남포 지하도 상가 임대 문의가 쇄도하는 등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이 일대 상권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롯데타운 준공에 자갈치 시장 변신은 원도심 부흥의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