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의문사 켜켜이 쌓인 恨
'반백' 유가족농성단, 진실화해위서 진상규명 촉구 농성
2009년 10월 27일 (화) 지면보기 | 19면 김명호boq79@kyeongin.com
[경인일보=김명호기자]일흔이 넘은 노인의 삶은 아직도 14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필동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회의실엔 반백의 노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의문사를 당한 자식들의 부모들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농성단'이란 이름을 내건 이들은 벌써 보름넘게 이 곳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중에는 1995년 11월 28일 인천 연수구 아암도 노점상 철거 과정에서 의문사를 당한 이덕인(사망 당시 28세)씨의 아버지 이기주(72)씨도 포함돼 있다.
▲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필동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농성단'이 진실화해위의 적극적인 의문사 규명 노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14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아들한테 미안하기만 합니다. 내가 덕인이 한을 풀어줘야 눈을 감을 수 있어요."
이씨는 아들의 이야기를 할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때 당한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이덕인씨를 포함해 장애인과 상인들이 연수구 아암도에서 노점을 시작한 것은 1995년 7월 3일부터. 그러나 그해 11월 24일 연수구청은 용역회사 직원과 경찰 등 1천300여명을 동원, 아암도 노점에 대한 강제 철거에 들어간다. 물대포까지 동원된 철거과정에서 노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덕인씨를 포함한 30여명은 인근에 설치해 뒀던 망루에 올라가 경찰과 대치를 시작한다. 다음날인 25일, 식량과 의약품 등의 반입이 끊겨 궁지에 몰린 이들은 망루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이때가 오후 8~9시께. 이과정에서 덕인씨는 실종됐고 사흘후인 28일 오전 10시 50분께 아암도 망루에서 70m떨어진 해안 제방 밑에서 온몸이 밧줄에 감긴 채 퉁퉁부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요. 경찰들이 시체를 부검한다며 병원에 있던 덕인이를 빼앗아 갔고 익사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이씨는 아들이 경찰들에 의해 타살됐다고 믿고 있다. 몸에 감긴 밧줄하며 온몸에 퍼진 피멍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당시 검찰과 경찰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이어 2001년 1월 '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2002년 위원회는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이덕인씨가 사망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는 이덕인씨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 경찰에 의해 타살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게 그 이유다.
"너무 억울해요. 주먹으로 벽을 치고 울어도 한이 안풀립니다." 이씨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년 4월 업무가 종결되는 진실화해위는 지난 14일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의문사 미조사 사건 중 이덕인씨 사건 등 2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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