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장 인터뷰 기사 전문입니다. 노점상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노점상 척결은 세계 최초일 겁니다. 이러한 일을 한 이유는 퇴폐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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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담] 강현석 고양시장 "숫기 없어 '정발산' 자주 못 가요!"
[스포츠서울닷컴ㅣ고양=박형남기자] 9월 18일 오후 정발산 등산길 앞 주차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평범한 샐러리맨’ 차림으로 나타난 강현석 고양시장은 <산행정담> 코너와는 정반대의 모습의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옷차림에 대해 묻자 “일을 하다가 바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산 마니아’라서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며 웃는다.
정발산은 고양에선 유명하다. 높이가 88미터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등산길이 완벽히 갖춰진 곳이다. 일산 전역이 다 보이는 ‘일산 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등산길과 나무가 어울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으로 ‘등산 애호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취재진과 시청직원을 이끌고 강 시장과 정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장 역임 후 처음 오른 사연…"인사는 해야 되고 숫기는 없고~"
일산을 대표하는 산인 정발산 유래에 대해 물었다. “두 가지 유래가 있죠. 하나는 산 밑에 사는 마두 1리에 정(丁)씨가, 그리고 마두2리에는 박(朴)씨가 각기 씨족촌(氏族村)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산 이름을 정박산(丁朴山)이라고 부르다가 정발산이 되었다는 거죠. 또 다른 하나는 정(丁)씨 성(姓)을 가진 한 판서(判書)가 선영(先塋)을 이 산에 모시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산에 꽃이 만발하게 피었다’고하여 정발산(鼎鉢山)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겁니다.”
정발산을 자주 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 시장은 “고양시장을 역임한 후부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며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를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어 산에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정발산을 오르는 느낌을 얘기하는 그의 눈빛은 새로운 장난감을 찾아낸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빛났다.
등산을 보며 산길에 들어선지 10분 만에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정발산은 산세가 완만한데다 나무들이 많아 나이 드신 분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책로로 꼽힌다.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조그마한 골프장도 눈에 띄었다.
정발산 인근 지역 10여년 생활…"친구들에게 술자리서 '출마' 약속"
96년 서울에서 생활을 하다 고양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강 시장에게 정발산은 ‘동네 뒷산’과 같은 ‘휴식처’다. 비록 고양시장이 된 이후 이곳을 자주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에는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고양시장이 된 이후로는 정발산이 주민들과 소통은 물론 고양 시민들의 고충을 들어보는 ‘소통의 창구’이기도 하다.
고양시에 연고가 없던 강 시장은 정발산 정상 인근 지역에서 10여년 넘게 살았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정발산 정상을 넘으며 바로 집이니 오랜만에 운동 삼아 걸어 내려가야겠습니다”고 답했다.
강 시장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고양에 둥지를 튼 것은 비록 6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환경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관록을 바탕으로 ‘자연친화적 고양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남달랐다. 눈에 띄는 점은 고양시장에 출마할 마음이 없었던 그가 출마하게 된 배경이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고양시장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일이 벌어졌어요. 친구들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까지 권유를 하자 만취한 상태에서 그만 ‘나가겠다’고 친구들에게 약속을 해버린거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출마를 하게 됐고, 지금까지 고양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후회를 했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습니다.(웃음)”
3수생, 대학생활은 '5년'…"재미삼아 민정당 공채 시험 봐 합격"
고려대학교 국문과 출신인 그는 3수 끝에 대학을 들어갔지만 대학교 1학년 때는 레포트도 제출하지 않은 채 야유회 등에 가는 학생이었다. 그 바람에 대학도 남들도 보다 1년을 더 다녔다. 그런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바로 민정당이었다.
“본래 정치에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민정당의 이미지도 나빴거든요. 그런데 사회경험 삼아 봤던 게 합격한 거예요. 그 때는 정당 내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사무처만큼은 깨끗했던 것 같아요. ‘공고문 커넥션’ 등이 많았지만 이 모든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이 같은 인연으로 한나라당 홍보 국장, 기획조정국 국장을 지냈습니다.”
강 시장과 산 정상에 오르니, 고양시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불리는 이른바 ‘평심정’이 보였다. 그곳에선 주민들의 즉석대화도 이뤄졌다. “시장님 고생이 많으십니다”부터 시작해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는 말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갔다. 주민들과의 즉석대화가 이뤄지는 도중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 등산을 꺼려한다는 강 시장이 주민들과 거침없는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
학창시절 '부반장'은 단골 후보…"말 주변 없어 대시 경험 'NO'"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이렇게 항변한다. “‘저 고양시장입니다’라고 먼저 나서서 말하기 부끄러워요. 시민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 오면 당연히 인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지만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인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무심히 스쳐갈 수도 없고요.”
강 시장이 들려준 후일담 하나. 어린 시절 강 시장은 ‘울보 강현석’(?)으로 통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구구단을 잘 외워 담임선생님이 반장을 하라고 시켰지만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던 것.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결국 반장 대신 부반장만 줄기차게 맡았다고 한다. 이러한 성격 탓에 얻은 것도 많다. 내성적인 성격이 오히려 ‘겸손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말 주변이 없었던 탓에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여성에게 먼저 대시해 본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에게 수차례 차이기도 했다는 게 강 시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환경에 관심 많은 강현석 시장…"퇴폐적 이미지 버린 '고양시'"
강 시장은 환경수석전문위원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도시 정비 계획을 통해 ‘자연친화적’, ‘문화의 도시’로 변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주변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강 시장만의 특유의 뚝심으로 이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그 결과 고양시는 러브호텔, 노점상 척결, 공연 시설 확충 등 문화도시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노점상 척결은 세계 최초일 겁니다. 이러한 일을 한 이유는 퇴폐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녹지를 이용해 나무 등을 많이 심어 공기가 좋은 고양으로 만들고 싶은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죠. ‘나무숲’도 만들고 싶어요.(웃음).”
자연친화적 고양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강 시장. 이 같은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근원은 어디일까. 단연 고향에 대한 옛 추억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 한 번도 고향에 대한 생각 지우지 못할 정도로 ‘향수병’에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 “도시에서는 흔히 맡을 수 없을 수 없는 냄새가 생각나네요. 사과 창고 내에서 나는 냄새, 소나기가 내린 나는 흙냄새, 고구마 싹 나는 냄새를 비롯해 보리밭 건너 보이는 아침노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세계 속 고양시' 프로젝트 가동…역도 대회 개최 및 공연 시설 확충
‘자연친화적’ 도시는 물론 ‘문화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갖가지 계획도 세웠다. 공연 시설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뿐 아니라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 개최를 발판삼아 고양시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로 의욕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미 10월말까지 모든 약속이 잡혀져 있을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은 시장이 된 이후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심지어 고민까지 있을 정도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선 시간적 여유, 건강, 금전 문제 등이 항상 걸리죠. 그리고 마음 편히 만화책, TV 드라마 등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한 번 보면 끝까지 보는 성미거든요.”
아람누리 공연장은 '고양의 명소'…"국내 최고의 음향시설 갖췄어요!"
정발산 정상을 둘러본 뒤 하산하는 길에 ‘자랑할 것 하나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예술의 전당과 비교할 만한 아람누리 공연장이 있습니다. 2006년 준공, 2007년 개관을 했는데 국내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이죠. 이곳을 한 번 찾게 되면 또 다시 찾게 될 거예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시장과 산행정담을 나누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강 시장은 ‘정발산을 걸으면서 집까지 갈게요“라며 정발산 내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정장 차림으로 과연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순간이었다.
<사진=송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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