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천시는 동인천역 주변과 배다리 일대 등 31만247㎡에 대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하고 오는 7일까지 주민들에게 공람 공고했다고 2일 밝혔다. 시는 오는 10월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정비촉진계획을 확정한 뒤 2013년까지 모두 헐어내고 이 곳에 3880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1만320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테마거리와 공원·녹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항장으로 불리는 인천 중구 일대에서 일본·청나라 등 외세가 들어오면서 밀려나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동인천역 주변 화평동 냉면골목, 중앙공원, 화수시장 등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린 지역 명물들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이번 도시재생 사업에 헌책방 거리 등 인천 구도심의 모태로도 불리는 배다리 일대도 포함됐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6.25전쟁 직후 노점으로 시작해 한때 40~50곳의 헌책방이 번성했으며, 현재는 5곳의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벨서점 주인 곽현숙씨는 “서울로 통하는 자연도로인 우각로와 최초로 만든 신작로인 금곡로가 만나는 곳이 헌책방 거리로 의미가 있는 거리”라며 “특히 배다리는 도시화의 기점이 된 갯골로 도심의 모태로도 불리는 등 100년의 역사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배다리를 관통하는 인천시의 도로 건설 계획에 맞서 3년째 투쟁중인 지역 문화단체와 주민들은 “도로 건설에 이어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천 개항장과 함께 마지막 남은 역사·문화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배다리 일대를 전면 철거하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이 곳을 역사문화 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자료를 내어 “동인천역 재정비 사업구역에 포함된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대로변에 주상복합건물을, 단지 안쪽에 공원과 보행자도로, 문화시설을 배치해 배다리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