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입력 : 2009.08.28 03:31
'세계경제의 수도'라는 뉴욕시 맨해튼의 거리에서 '음식 노점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직자(失職者)들이 카트를 끌고 나오면서 기존 노점상들과 자리다툼을 벌이고, 여기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첨단 음식 트럭까지 등장해 뉴욕의 보도블록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소로 변했다.
노점상 전쟁의 1번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 광장이다. 주위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핫도그 노점상들에게 '최고 입지(立地)'로 꼽히는 이곳엔 최근 5~6개 노점상이 한꺼번에 몰렸다. 원래 이곳은 시에 노점 임차료를 내는 음식 카트 2개만 있었다. 이들 카트는 한 달에 무려 5만3000달러씩의 임차료를 낸다.
▲ 최근 핫도그 노점상들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 광장. 관광명소로 이름 높은 이곳엔 요즘 실직자와 퇴역 군인들이 카트를 끌고 몰려 오는 데다 첨단 음식 트럭까지 등장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그런데 부상당한 퇴역군인들이 임차료 지불도 없이 음식 카트를 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친 퇴역군인들은 공간의 제한 없이 장사할 수 있다'는 19세기 시절의 법률을 들고 나왔다. 결국 이곳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던 파상 셔파(51)씨는 30만달러의 임차료를 밀린 채 이달 초 파산했다. 이 미술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핫도그를 18년째 파는 나세르씨는 "미술관 광장은 목이 좋아 비싼 임차료를 감당할 만큼 장사가 되지만, 요즘 퇴역군인들을 고용한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망했다"며, "합법적으로 일하면 돈을 못 번다"고 했다.
뉴욕시 거리의 대부분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과는 달리 임대료도 없고, 특정 노점상에 대한 우선권 규정도 없다. 단지 시에서 받은 면허증과 가격표를 비치하고, 주변 노점상 및 도로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음식 카트를 끌고 나왔다.
뉴욕시의 음식 노점상 면허증 개수는 3000여개로 제한돼 있지만, 실제로는 약 6500개 노점상이 장사하고 있다. 200달러면 딸 수 있는 면허증은 현재 8000~1만2000달러씩 프리미엄이 붙어 불법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뉴욕시의회는 노점상 면허증을 늘려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아예 자격증을 2만5000개로 확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