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빈곤 전봇대’…최하위층 잔존율 갈수록 상승
입력: 2008년 01월 28일 03:00:01
가난이 대물림되고 계층간 양극화의 심화 현상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 석상훈 박사가 27일 내놓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 이동에 관한 연구-패널자료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계층간 이동성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소득을 5분위로 나누었을 때 최하위층의 ‘계층 잔존율’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5.5%에서 2004년에는 70.7%로 상승했다. 즉 98년에는 최하층의 65.5%가 이듬해에도 최하층으로 나타났는데 2004년에는 최하층의 70.7%가 이듬해에도 최하층으로 나타나 계층 이동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소득 최상층인 1분위도 계층 잔존율이 98년 60.9%에서 2004년 72.7%로 상승했다. 한번 부자인 사람들은 계속해서 부를 누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으로의 진입과 탈출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진입률이 탈락률에 비해 높았다. 석박사는 연구 대상인 2018가구의 평균 소득을 구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50%를 빈곤층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빈곤층에서 비(非)빈곤층으로 이동한 경우는 매년 6.1%였으나 비빈곤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6.6%였다.
빈곤이 매년 지속되는 가구 비율은 14.6%로 집계됐다. 이런 가구는 가장이 여성이거나 고령자인 경우가 많았다. 논문에 따르면 빈곤지속 가구의 여성가장 비율은 44.1%,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은 73.9%였다.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통한 근로소득의 증대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박사는 “비빈곤 지속가구의 근로소득 비중이 91.5%, 빈곤탈출 가구의 경우 75.9%인 반면 빈곤지속 가구의 근로소득은 35.8%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붕괴 현상도 관찰됐다. 논문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70~150% 범위인 중산층은 98년 46.3%에서 2005년 42.3%로, 중위소득 50~70% 범위인 중하위층은 11.4%에서 9.8%로 축소됐다.
이번 논문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패널인 2018가구의 소득 추이를 1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석박사는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오는 31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한국노동패널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