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사모. ‘홀로된 사모’로 불리는 이들은 교회에서조차 소외된 이웃이다. 목사 사모라는 ‘명함’도 남편과의 사별 후에는 ‘짐’일 뿐이다. 교회도 노회도 남겨진 이들의 삶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홀사모들을 방치하고 있다. 생계가 막막하다. 사역자로 남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상당수는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파출부로 일하고 있는 한 사모는 교회 밖에서는 목회자 사모였다는 신분을, 교회 안에서는 파출부라는 사실을 숨기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행상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한 사모도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는 홀사모들의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했다. 63개 노회 소속 195명 사모 중 110명이 조사에 응했다. 평균연령은 61.62세, 사별 후 기간은 5.78년이었다.

빈곤층으로 전락 월 평균 소득은 80만9600원이었다. 2007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각 소득액 344만6000원의 23.49%다. 40만원 미만이 소득이라는 응답자도 19명이나 됐다. 그나마도 자녀가 용돈을 주기 때문이다. 주요 소득원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성장한 자녀라는 응답이 48.4%로 가장 많았다. 교회후원(23.2%), 정부보조(16.8%), 노회후원(8.4%) 등이었다.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응답자는 34.3%에 그쳤다. 일을 하지 않는 응답자의 60.3%는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빚에 허덕이는 홀사모도 많다. 10명 중 6명(60.6%)은 부채를 지고 있다고 답했다. 사유로는 자녀교육비(32.6%)가 가장 많았고, 주거비(20.9%), 생활비(14.0%), 의료비(14.0%)가 뒤를 이었다. 10명 중 2명(23.8%)은 정부지원을 받았다. 그 가운데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94.4%다.

상실 그리고 소외 이들은 교회에서도 ‘이방인’이다. 교회들은 목회자 유가족에 대해 지원을 하곤 있지만 사택의 경우 사후 1개월까지만 제공하는 등 수준이 미미한 실정이다. 교회에서 사모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좁아져 대개는 교회를 옮기는 수순을 밟는다. 사모라는 호칭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집사’로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사회봉사부 안홍철 목사는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별 후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정서(20.4%)라는 응답이 경제(36.4%)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예장통합은 오는 9월 92회기 총회때 목회자 유가족협의회를 사회봉사부 산하 단체로 지정해주는 청원서를 제출한다.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노승현 책임연구원은 “경제적 지원 제도와 직업개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 홀사모들이 정서적 위기를 극복하도록 초교파적인 지지모임이 생겨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