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를 고쳐서 사용하는 도심 재개발과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나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센트럴시티처럼 여러 시설을 한군데 집적하여 개발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개발에 반드시 수반되는 게 지하공간 활용이다. 지하공간 개발은 부족한 도시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지상 공간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사업 전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앞 광장은 이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빈다. 하지만 광장의 지하를 들여다보면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지상과 지하가 잘 연계되지 않다 보니 엉뚱한 출구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또 지상과 비교해 환경이 열악하고 편의시설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센트럴시티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공간계획 전문가라는 나도 그곳에 가면 헤매기 일쑤다. 앞으로 이곳은 9호선이 연결되어 3개의 지하철 노선 환승역이 된다. 지하에서는 방향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데 앞으로 더 복잡해지면 길찾기나 재난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삼성동의 코엑스몰도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상과 지하공간이 통합적으로 계획되어야 하는데 서로 개발이 독립적으로 진행된 결과이다.
얼마 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여 공원화하고 박물관을 짓는 국제현상설계가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이를 주요한 서울의 랜트마크로 홍보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의류상가가 밀집한 지역으로 청계천이 인근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동대문 전철역과 청계천에 이르기까지 횡단보도가 없다. 지하보도에 있는 상인들이 지하상권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과 지하공간의 연계개발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다. 동대문의류상가 타운 지역과 청계천까지의 지하공간을 종합적으로 개발하여 더욱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지하의 여러 시설물들이 개별적인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둘째, 각종 지하 시설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이는 시설 간의 상호 충돌이나, 유사시설의 중복설치 등 비효율적인 지하공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하 시설과 보행공간 및 지상과의 연결을 네트워크화하도록 계획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지하공간개발 및 관리를 위하여 법적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하토지의 소유권 및 이용권과 토지수용과 사용에 따른 보상 등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러 계획들은 지하공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쾌적한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 만들기에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