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관문인 대전역과 주요 버스터미널이 노숙 및 각종 불법행위로 얼룩지고 있다.

12일 오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대전역 대합실과 인근 편의시설에는 허름한 옷차림의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역을 오가는 이용객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들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대합실과 지하철 입구, 광장을 오가며 대합실 의자 및 광장 벤치를 점령하고 있었다.

대전역에 상주하는 20-30명의 노숙자들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큰 소리로 떠드는 등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고 있다.

밤 9시가 지나 노숙자들이 TV를 시청하거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이른 잠자리에 들자 성매매 호객꾼이 등장했다.

50-60대로 보이는 여성 10여명이 광장을 서성이며 지나는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호객행위는 수십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택시기사들까지 장거리 승객을 태우기 위한 호객행위에 나서 ‘첨단과학의 도시’라는 대전의 이미지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천안-대전을 출퇴근하는 회사원 서모씨(48)는 “대합실을 들어갈 때마다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저녁에는 호객행위가 싫어 출구를 피해 지하철 입구로 돌아간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모씨(34)도 “밤이면 치근덕거리면서 달라붙는 아줌마들 때문에 곤혹스런 적이 많다”며 “역은 한 도시의 이미지를 판가름짓는 관문인데 대전을 찾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고속버스터미널과 동부시외버스터미널도 노숙자와 호객행위꾼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일부 노숙자들이 하루 종일 대합실을 차지,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광장은 일부 노숙자들이 버린 술병과 음식찌꺼기, 일회용기 등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전역과 터미널 관계자는 “노숙자 문제는 인권침해 등으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대전시와 각 구청, 철도공사 등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 중인 만큼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