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거리급식 중단하자 영등포로… 노숙인 엑소더스
[2007.06.07 18:24]
서울역 노숙인들이 영등포역 주변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서울역 주변 거리급식을 곧 중단시킬 방침이어서 이들이 아직 거리급식이 이뤄지는 영등포로 찾아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역 주변에 머무는 노숙인들에게 ‘거리급식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노숙인들을 서울역으로 모이게 하는 주요 원인인 무료 급식을 끊어 이들을 노숙인 전용 쉼터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5∼6개 단체가 거리급식을 하는 영등포역으로 자리를 옮긴 서울역 노숙인들이 벌써 눈에 띄게 늘었다. 5년째 영등포역광장에서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밥사랑열린공동체 박희돈 목사는 “날씨가 풀린 탓도 있겠지만 노숙인들이 최근 많이 늘었다”며 “하루에 550인분을 준비해 가는데 요즘 50∼60인분이 항상 모자란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의 이동에 서울역과 영등포역 주변 상인들은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영등포역 주변 가발 전문점 주인은 “점심시간 가게 앞까지 늘어선 노숙인들이 손님이 주차해 놓은 차량을 발로 차는 일이 잦다”며 “노숙인들이 늘면 크고 작은 시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관계자도 “지난 연말 백화점 옆 역광장에서 열린 성탄절 예배 때 1200여명의 노숙인이 한꺼번에 몰려 매출이 급감한 ‘악몽’이 떠오른다”고 불안해했다. 반면 서울역 주변 상인과 시민들은 “그동안 수도 중심지로서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는데 (거리급식이) 중단돼 잘됐다”며 반겼다.
서울시는 서울역 사례가 효과를 보이면 영등포, 동대문 등 다른 지역 거리급식도 점차 중단시킨다는 계획 아래 거리급식을 제공하는 민간 사회·종교단체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급식 중단이 노숙인들의 쉼터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거리급식 단체들은 “노숙인에 대한 봉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시가 실내급식을 지원하든가, 쉼터 서비스를 노숙인들 실정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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