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일본의 한 공중파 방송은 도쿄 신주쿠 인근에 있는 한인교회 한 곳을 소개했다. 공원이나 지하철역 부근에서 생활하는 일본인 노숙자 수백 명에게 매주 식사를 제공하거나 숙소를 마련해 줘 사회에 복귀시키는 활동을 방영했다.
90년대 초반 자산 거품이 붕괴된 후 일본은 급격히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던 때인 만큼 이 교회의 시도는 일본 사회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언론에서도 이 같은 노력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노숙자 숫자는 2003년 1월만 해도 2만5296명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후생노동성이 전국 581개 지자체를 조사한 결과 1만8600명으로 줄었다. 4년 만에 6700명(26%)이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대도시의 노숙자 숫자 감소 폭이 더 컸다. 이 기간중 도쿄와 오사카의 노숙자 수는 각각 30% 줄어든 3921명, 57% 감소한 712명으로 집계됐다.
노숙자를 줄인 가장 큰 공로자는 경기회복. 경기가 살아나자 기업들은 채용을 늘렸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파견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사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근로능력을 갖춘 노숙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고용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노숙자 증가나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문제를 풀어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 문제가 하나 둘씩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숙자가 된 배경을 추적해 보면 된다.
후생노동성이 공원이나 하천변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에게 어떻게 노숙생활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물었더니 30% 이상이 '도산이나 실업'을 들었다. '노숙자가 되기 직전까지 정규직 사원이었다'는 응답도 전체의 40%를 넘었다.
지속적인 경기회복으로 기업은 살아났고 지금은 사회문제까지 해결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