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수습기자들이 직접 찾아 함께 생활하는 현장체험 순서를 마련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시간으로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자활의 꿈을 꾸고 있는 노숙인들의 삶을 살펴봤다. "가기가 싫어, 나는 단체생활이 싫어. 가봤자 한 사흘 있다 나와. 그냥 살다 끝장내 버리는거지. 아 세상 편한데 미쳤다고 그러지."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한 노숙자의 말이다. 노숙생활을 청산하려면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자활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거리 노숙인들은 아직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노숙인 전문재활시설 비전트레이닝센터. 올해 마흔 아홉살인 오모씨는 충남 부여에서 농사를 짓다 알코올 중독 때문에 가정이 파탄났다.
오씨는 지난 99년 홀로 서울로 올라와 공사판을 떠돌며 3년 넘게 노숙생활을 했다. 지난 2005년 10월 비전트레이닝센터를 찾은 오씨는 1년 5개월 여 동안 술을 끊고 있다.
오씨는 "목적이 있으니까 좋더라구요. 노가다(막노동)는 이제 그만하려요. 음주 안 할 수 없거든요. 내가 왜 진작 이런 거 몰랐나해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알코올 중독자 김모(48)씨도 2년 넘게 노숙생활을 하다 지난 2005년 12월 비전트레이닝센터를 찾았다. 김씨도 1년 3개월 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김씨는 빨리 독립해 큰형에게 맡긴 두 딸들을 찾는 것이 소망이라고 한다.
"술을 입에 대면 아침에도 일보다는 술을 먹게 되요. 멈출 수 없어요. 굉장히 큰 병이죠. 안전벽, 테두리가 굉장히 힘이 되요. 여러 사람이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 위안이 되요."
비전트레이닝센터에는 얼마 전까지 노숙생활을 했던 180여명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여명은 알코올중독 경험이 있다.
비전트레이닝센터 관리팀장인 강구형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깨닫고 자기가 자활할 수 있도록 유도. 술을 유발하는 가치관, 생활방식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문제들을 고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알콩 중독, 가정의 해체 등으로 거리에 나섰으나 이제는 자립을 꿈꾸는 이들의 절망이 깊었던 만큼 삶의 희망은 더욱 절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