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이지만 실제로 한 기업체의 도움으로 노숙인들이 철학, 역사 등의 인문학 공부를 통해 자활 계기를 찾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코닝(대표 이석재ㆍ사진)과 노숙인 다시서기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성 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3기 입학식이 21일 성공회대학교 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입학식에는 이석재 사장과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다시서기지원센터 임영인 신부를 비롯해 이미 취업에 성공한 1ㆍ2기 졸업생, 교수진 등 100여명이 참석해 노숙인 인문학도들의 희망찬 시작을 알렸다.
성 프란시스대학은 노숙인들의 실질적인 자활을 돕기 위해 2005년 9월 개설된 학교로, 미국 빈민교육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 얼 쇼리스는 1995년부터 미국 맨해튼에서 노숙자, 전과자, 마약복용자를 대상으로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을 통해 이들에게 성찰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을 하도록 도운 사회운동가다.
성 프란시스대학은 이같은 방법을 바탕으로 노숙자들의 자존감 회복과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이날 입학식에 참가한 노숙인 대학생 김철민(가명)씨는 "모나지 않은 눈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라는 다짐으로 입학 소감을 대신했으며, 나이가 가장 많은 이모씨(63)는 글쓰기 수업을 열심히 해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현재 이 대학 졸업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사회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노숙인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됐던 인문학 과정이 한끼 식사나 기능교육 보다 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석재 사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이제까지 자선활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소외계층의 자활 등 사회적인 성과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명의 3기 입학생들은 내년 2월까지 철학, 역사, 글쓰기, 예술사 등 6과목에 걸쳐 대학교수,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상호토론 방식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