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자본주의, 빈부격차 심화… 중하위 계층, 상대적 박탈감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흔히들 두 가지로 나눠진다고 한다. 한 부류는 인도 사회 전체에 흐르는 생동감과 생명력에 유무형의 감흥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세계문명 발상지, 심오한 종교·철학, 성자들이 넘쳐나는 구도의 땅이라는 선입관에 도취된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도로에 가득 찬 온갖 종류의 자동차가 울리는 요란한 경적, 어딜 가나 찾을 수 있는 시끌벅적한 시장 풍경 등에서 일차원적인 생동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인도는 ‘언젠가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된다.

반면 동일한 모습을 보면서, 인도를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나라로 그리는 사람들도 한 부류를 형성한다. 산업화로 신음하는 공해의 도시,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빈민들의 처참한 삶,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듯한 소시민들의 비도덕적 행위. 이들은 인도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못박아버린다.

이러한 상반된 평가는 현재 인도 사회가 안고 있는 가능성과 난맥상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주 본지는 인도 고성장의 비결로 다소 혼란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원시적인 생명력에 주목했었다. 그러나 활기찬 인도, 그 이면에는 급격한 개방화로 잉태된 천민자본주의의 폐해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서구·자본화의 과정에서 빈부 문제는 더욱 첨예하게 진행되고, 사회·문화적 소외 계층 역시 늘어가는 추세다. ‘소득 증가, 중산층 확대’라는 장밋빛 전망도 대다수 인도 소시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인도는 아름다운가?

인도 여행자들이 출국 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충고가 ‘인도인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바가지 가격이 일상화 돼 있고, 거리에는 좀도둑과 사기꾼이 즐비하다는 말이다. 이런 충고가 터무니없지는 않다. 실제로 인도 노점에서 물건을 놓고 몇 분가량 실랑이를 하다보면 가격은 1/10로 떨어지기 일쑤다. 정찰제로 운영되는 상점에서도 대부분 판매가격의 10~20%는 깎을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다 싶으면 이들이 부르는 가격은 몇 배 이상 높아진다. ‘에누리 없는 장사’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지만, 이들의 장삿속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외국인을 노린 사기 행각도 즐비하다. 택시, 오토 릭샤 등 운송업자들이 자신들과 연계한 상점 등으로 유인, 바가지 쇼핑이나 강도 행각을 벌이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물론 일부 부도덕한 상인들을 보며 인도 전체를 사기 천국으로 예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인도 대도시, 특히 외국인들의 출입이 빈번한 상권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인도인들의 모습은 고속 성장의 그늘에서 잉태된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문제는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지지는 저질 상업 문화의 주체들이 대부분 인도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빈곤계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는 인도인에 대한 섣부른 선입관을 송두리째 꺾어 버린다.

서구 자본주의의 유입과 함께, 이들에게 현실은 만족과 순응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며, 초행자들을 시험하는 악덕(?) 장사꾼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인도 뭄바이 인근 푸네 지방에서 10여 년 간 생활하고 있는 박경숙씨(푸네대학원 3년)는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인도인들의 잘살고 싶은 욕망, 소비하고 싶은 욕구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산층과 빈곤층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과 경제적 긴장감(스트레스)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통 받는 인도인 80%

인도 인구의 20~30%를 차지하는 중산층 역시 경제적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득 수준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이들의 경제적 지위 상승 욕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IT 업종, 외국계 기업 등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직업이 늘어날수록, 이들의 눈높이도 덩달아 치솟는다. 그러나 고급 직종의 기회는 한정돼 있고, 대다수 중하위 중산층은 또 한 번 박탈감을 느끼며, 후진국 소시민의 열악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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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배우 리쉬 프라사드(Rishi Prasad)씨는 “인도 사회 전체에서 돈은 가장 큰 가치가 됐다. 정부도 마찬가지고, 문화와 산업들까지 자본에 종속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성장의 혜택은 상류층에게만 돌아가고,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는 커져가는 욕망에 뒤따르는 상처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인도 전체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첨예하게 나타난다.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인도 전체 계층의 고른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는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고, 사회복지 수준 역시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 최대 희생양은 80% 정도를 차지하는 하위 중산층과 빈곤 계층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인도 인구의 약 78.5%를 ‘고통 받고, 궁핍한 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승구 박사는 연간 실질 소득 1천500~4천달러의 가구를 고통 받는 계층으로 나누고, 인도 전체 가구의 약 57.5%(1억 1천만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 소득 1천 500달러 이하의 궁핍 계층도 4천만 가구(21%)에 이르고 있다. 인구로 계산하면 두 계층의 수는 약 8억명을 넘어선다.

골 깊은 카스트 제도

이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인도 사회에 뿌리 깊게 뻗어 있는 카스트제도의 차별주의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많은 계급이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계층 간 단절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인도 고성장과 함께 서민들의 '잘 살고 싶은 욕망'도 커지고 있지만, 천민자본주의의 현실은 이들의 기대를 비껴간다. ⓒ로이터 연합

일례로 소득, 신분별로 나눠져 형성된 주거 문화는 인도 계급주의의 배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차 찾아간 뉴델리 인근 니자무딘(Nizamudin)의 주택가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바로 동네 전체를 휘감고 있는 철조망과 마을 어귀에 있는 경비의 모습이다.

계층에 따라 주거지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고, 대도시 인근에 조성된 중산층 이상 주거 지역에는 하위 계층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게 현지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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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중하급 공무원, 대학교수 등이 모여 사는 곳으로 전통적인 중산층 거주지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이른바 부자동네에서 경찰들을 간혹 찾을 수 있지만, 일반 중산층 밀집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인도 사회의 계층 간 폐쇄성과 경직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중산층, 문화산업에서도 소외

K. T 라빈드란 SPA 대학 교수는 “인도 사회에서 카스트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나마 신분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신흥 계층으로 부각하는 것”이라며 “서구 문화의 대대적인 유입은 평등에 대한 욕구를 증대하고 있지만, 대다수 계층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삶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문화산업의 현실은 인도 자본주의의 폐단과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문화산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영화계의 변질은 현 인도 사회의 맹점을 가장 잘 반영한다.

불과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인도에서 영화는 가장 서민적인 문화 산업으로 손꼽혔다. 카메라의 초점은 중산층 이하 계층의 생활상에 맞춰져 있었고, 관람료도 7~8루피(140~170원) 수준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매체였다.

ⓒAP 연합

문화적 수준도 상당히 높아, 전 세계적으로 인도 예술 영화의 매니아 층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불과 10여년이 지난 인도 영화계의 현실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 침착돼 있다.

헐리우드에 빗대 볼리우드(봄베이와 헐리우드의 합성어)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외형적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서민의 얘기를 다루지 않는다.

연간 800여 편이 제작되고 매달 4억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즐기지만, 정작 중산층의 희로애락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관람료는 120~150(2400~3100원) 루피까지 치솟았다. 10여년 만에 2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자연히 빈곤층에까지 확산돼 있던 인도 영화의 두터운 관객층은 중산층 이상으로 급격하게 축소됐다.

여기에 인도 영화계의 최대 관객군인 중산층에 관한 이야기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자본의 그늘에 가려진 인도 사회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영화배우 리쉬 프라사드 씨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인도 영화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상류층에 관한 이야기만 만들고 있다”며 “대부분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고, 이런 내용은 중산층에게 허황된 동경과 희망만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는 물론 위성방송, 케이블TV 등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모두, 중산층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뭄바이=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기고|정무진 한국인도교류회 상임이사 인도에 한국은 없다 21세기 초기에 이루어질 지구촌 모습들이 무리 없이 조망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해도 무난할 2006년 12월 초, 이 시점에서 바라보는 지구촌에서의 아시아 모습이 괄목할 만하다.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도 지구촌의 구조는 미국과 서구 중심으로 짜인 판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만의 축제를 위해 얼키설키 짜인 그물망에 걸려들어 들러리를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충성스러운 시장 노릇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게 아시아의 모습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고 자기 폄하라는 반론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긍정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득과 분배의 조정이라는 어려운 질곡에서 허우적대다가 자칫 종잣돈까지 까먹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 초입에서 조망되는 아시아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아시아의 경제를 대변하는 일본을 받치고 있고, 경제 폭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구와 자원, 땅을 가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또 받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세계 인구의 반을 넘기는 중국과 인도가 놀랍게 변신하며 눈부시게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조망되는 아시아의 모습이니까. 21세기가 ‘다시 여는 아시아의 시대’가 되려면, 경제력의 원동력인 소비로 인한 과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를 아시아인들이 풀어야 하는데, 이 과제를 풀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가장 큰 일은 역설적이지만, 아시아인 스스로가 아시아, 아시아인을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 한국의 미래는 특유의 순발력과 추진력 그리고 돌파력을 이용하여 시대를 끌어가는 가치 기준을 창출해내는 것과 국제 교류의 바탕 역할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과실을 통하여 확보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한 급선무는 우리가 속한 이 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깊게, 얼마나 넓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절망적이다. 뚜렷한 원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인데, 기존 서구 중심 구조에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하는 것 같은 일본은 접는다 치더라도 중국, 인도는 물론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우리 한국인들의 인식을 보면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근거로 중국과 인도를 그렇게 우습게 처리할 수 있으며, 무엇을 근거로 동남아의 떠오르는 국가들을 멸시할 수 있는 것인지, 짧게는 2~5년, 길어야 7~10년 후를 생각하면 자다가 비웃음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 비해 10년을 훨씬 뛰어넘게 늦게야 진출했지만, 한국 기업들의 인도에서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LG와 삼성은 소니 등의 일본 브랜드를 제압하고 인도 가전시장을 양분하며 폭증하는 소비의 과실을 챙기고 있고, 현대는 세계 유수 자동차 업계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소형차를 통해 획득한 기선을 잃지 않고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에서 한국은 없고, 한국에서 인도는 없다. 인도에서 한국이 있다면 총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광신도들에 의해 형성된 벼락부자들이 흩뿌리는 한심한 작태들로 인한 부정적 파편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 인도가 있다면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분칠해져 있거나, 터무니없는 편견 속에 처박힌 허망한 파편들이 대부분이다. 몰락한 대우의 군산 자동차 공장을 1억 2천만달러에 인수한 곳이 인도 재벌기업 Tata고, 7억 2천만달러에 대우 전자를 인수할 유력한 곳이 인도 유력 전자기업인 Videocon인데. 성큼 다가선 21세기, 아시아의 시대에 한국이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는 최고, 최선의 방법은 동료인 아시아 각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게 하여 축적되는 이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대’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인터뷰|영화배우 리쉬 프라사드(Rishi Prasad) “볼리우드에서 인도를 찾지 마라” 리쉬 프라사드(Rishi Prasad)씨는 라디오 MC, 가수, 영화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인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인도 영화계에서 유명 배우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조연급 배우다. 그래서 누구보다 중산층의 삶을 잘 이해하고, 관심 또한 많다. 인도 영화계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사로 통하는 리쉬 프라사드씨를 만나 인도 문화계의 현실과 중산층의 위치를 진단해 봤다. 사회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영화다. 인도 영화의 현실은 어떤가. 인도 영화에서 정의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빈민층의 삶이나 사회성 짙은 주제의 영화가 많았다. 당시 영화들은 대부분 일반 시민이 정부에 대항하거나 이들의 애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또 도시는 물론 시골 영화관에까지 값싼 요금으로 4~5달 이상 상영,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해 왔다. 그러나 현재 영화계에서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도, 이들을 위한 영화도 찾을 수 없다. 모두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에 대한 동경만 심어줄 뿐이다. 중산층은 제작사와 배급사에 이윤을 주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단언하건대 예전처럼 정의감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단 한명도 없다. 영화계 변질조차 인도의 자본주의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인도 사회에 퍼진 자본주의의 병폐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돈만 쫓는 영화계의 타락과, 인도 중산층의 무분별한 경제적 상승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일례로 인도 영화는 히트작의 경우 이제 2~3주면 상영을 종료한다. 관람료는 20배 이상 늘었고, 관객 수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높아진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들이 많이 찾는 다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작의 인기비결은 얼마나 그들에게 (상류층으로의 신분상승) 꿈과 희망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 영화는 발전하고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것조차 자본의 논리 때문으로 본다. 인도 영화의 발전은 외적성장 뿐이다. 내용적인 면에서 큰 발전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도리어 퇴보했다. 그럼에도 인도의 영화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외국 자본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인도 영화계의 여성 톱스타는 대부분 세계 미인대회 출신이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미의 기준으로 선정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인도의 거대 시장을 노리는 외국 자본의 후원이 있었다고 본다. 알다시피 미인대회와 여배우는 상업적 가치가 가장 높다. 특히나 인도처럼 서구 사회와 상류층에 대한 동경이 큰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냉정하게 보면 인도인에게 한국은 어떤 긍정적 이미지도 없는 나라다. 가장 큰 이유는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에 진출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삼성, LG, 현대 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이들 기업 제품을 인도의 중산층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현상이다. 이들 기업의 브랜드는 있지만 한국이 없다는 뜻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관심은 오직 수익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