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개혁개방을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는 중국 공산당이 이제 그들의 이익을 불가피하게 외면하는 현실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를 두고 중국 지식인사회가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중국의 신좌파 지식인들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신좌파 지식인으로는 왕후이(汪暉) 칭화(淸華)대 교수, 추이즈위안(崔之元) 칭화대 교수, 왕샤오밍(王曉明) 상하이(上海)대 교수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가 민주주의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시장 만능주의가 양극화라는 병폐를 가져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좌파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 공유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시장경제의 장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좌파와 다르다.

왕샤오밍 교수는 “중국은 아직 시민단체가 취약한 만큼 정부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공산당과 정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즈음해 출현해 공산당 정권의 붕괴를 기도하던 기존의 반체제 인사들과는 구별된다.

신좌파는 ‘개혁파’(중국식 표현으로는 자유주의)에 맞서고 있다. 개혁파는 개혁개방과 성장론을 앞세우며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을 더욱 많이 열고,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공산당 지도부에 촉구하면서 나아가 서구의 다당제 등 급진적인 성향의 정치개혁의 조속한 실현을 부르짖고 있다.

주쉐친(朱學勤) 상하이대 교수, 샤오쉐후이(肖雪慧) 시난 민족대 교수,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교수 등 개혁파들은 “개혁개방은 대세이며, 이를 거슬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파는 신좌파가 시장경제의 병폐라고 주장하는 양극화 문제도 권위적인 공산당 정권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주쉐친 교수는 “권력층이 사유재산을 마구잡이로 빼앗는 일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시절에도 비일비재했다”며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중국 근대화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신좌파와 개혁파의 논쟁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개혁개방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사유 재산 보호를 둘러싼 물권법(物權法) 논란이 거세지자 “개혁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그럼에도 논쟁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양극화 해소라는 대명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11일 끝난 중국 공산당 제16기 6중전회에서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신좌파 지식인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농민 의료와 교육문제가 실패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면서 성장과정에서의 환경파괴를 감안한 ‘녹색(green) GDP’를 도입하는 ‘과학적 발전관’을 정책으로 확정한 것도 환경을 무시한 무분별한 개발 지상주의에 제동을 거는 신좌파 견해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신좌파 지식인들은 그러나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의 정책이 제대로 지방에 먹혀들지 두고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지방분권의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나라가 큰 중국에서 중앙정부의 결정이 지방 제후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시당서기가 2004년 봄 경기 과열을 우려해 긴축정책을 펴라는 원자바오 총리에게 대들면서 “아직도 성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중앙의 권위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개혁개방 논쟁은 향후 중국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 신좌파의 목소리가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비주류이며 소수파이기는 하지만 신좌파가 중국 최대의 과제인 양극화 해소라는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