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민간작업단’은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14개 국가와 실패한 7개 국가를 대상으로 △사회적 자본 △성장·분배 △인적 자원 △성장 동력 △국제화 등 5개 분야를 점검해, 이런 연구 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비전 2030 민간 작업단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 연구기관들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국가 장기 종합 전략인 ‘비전 2030’의 기초자료로 활용됐다.

보고서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선진국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노·사·정 타협으로 사회·경제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뒤 2만달러 도달에 실패한 나라들은 여야가 심하게 대립하는 등 정치체제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노사쟁의가 장기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나라들은 또 개방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였고,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을 동등하게 대우했다. 그러나 실패한 국가들은 수입 규제가 지나쳤을 뿐 아니라 외국 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보고서는 또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이후 분배 욕구가 증대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사이의 상생적 갈등 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가 향후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소득 편차가 과도하면 호혜적 분쟁 해결이 어려워지며, 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게 될 경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돼 장기 정체 또는 추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사회안전망과 소득 재분배는 내적 갈등을 풀어내는 국민 합의 도출의 토대가 된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15년만에 4만달러 진입 아일랜드, 5차례 사회협약으로 노사인정 선진국 진입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서유럽 국가 가운데 최단 기간인 15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대(1989년)에서 4만달러대(2004년)로 높아졌다. 아일랜드의 성공 배경에는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협약이 있었다. 이를 통해 노사관계가 안정됐고, 사회적 형평이 제고됐다. 아일랜드는 1981년부터 제조업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10%)을 적용했다.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실시했으며 교육개혁을 통해 이공계 인력을 대거 배출했다. 정부는 기업진흥청을 통해 기술·마케팅·자금조달을 지원했고, 재단을 세워 생명공학과 정보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금융 특구를 설치하고, 투자개발청에 외국기업 유치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는 등 대외 개방에도 힘을 쏟았다.

노르웨이 역시 1990년대 초 경제 위기를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해 극복하고 선진국에 진입한 사례다. 노르웨이는 노동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복지 지향형 성장모델을 구축했지만, 동시에 규제완화와 기업에 대한 감세, 금융 자유화 정책도 병행했다. 교육 시스템이 우수했고 중등교육부터 도제 제도(OJT)를 실시했다. 석유산업을 강화했고 취약 산업(제조업)에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외자 유치를 강화했으며 외국의 우수 인력을 적극 영입했다.

박현 기자 국민소득 뒷걸음질 아르헨티나, 성급한 개방에 산업기반 붕괴 선진국 진입 실패의 대표적 사례는 아르헨티나다. 이 나라는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 때문에 국민소득이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1998년 828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4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