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한 구석에서 삶은 호박을 쪼개어 드시는 정해순(75) 할머니. 벌써 일주일 째 이웃에서 얻어온 호박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두 평 남짓한 방에는 옷과 이불이 보관된 과일상자만이 쌓여있을 뿐 다른 사람도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다.

혼자 살게 된 지 4년, 하지만 3살 이후 할머니는 줄곧 혼자 산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정해순 할머니는 사촌오빠와 올케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고 끊임없는 구박과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불도 없이 냉방에서 자는 건 기본이고, 나가 죽으라고 때리고, 바늘로 찌르고, 뜨거운 물을 끼얹고..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지"

모진 학대 속에서 생활하던 할머니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급기야 집을 나오게 되었고, 그 때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살림을 꾸리게 된 정해순 할머니.

이제 행복한 시간이 찾아오는가 싶었으나 놀면서 술 마시고, 노름에 빠졌던 남편은 돈을 가져오라며 매일 할머니를 구타했고, 하나 밖에 없었던 아이는 손 한번 쓰지 못한 채 홍역으로 숨을 거두었다.

다시 시작된 학대와 고통의 나날. 결국 할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다시 혼자만의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차근차근 농사일을 도우며 받은 품삯으로 작은 집을 마련한 할머니.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그 집은 외로운 생활이 싫어 양자로 들였던 조카가 팔고 떠나버렸다. 이제껏 가족이란 이름으로 할머니를 거쳐 간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를 외롭고 힘들게만 한 것이다.

친구도 없이 쓸쓸한 생활이 싫어 양로원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 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양로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도 내 몸이 이러니 받아주질 않아"

10년 전,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친 할머니는 당시 이웃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허리는 90도로 굽었고, 이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귀까지 어두워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청기가 너무 낡아서 외출할 때만 겨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외로움을 채워줄 누군가였다.

생일, 환갑, 어버이날 잔치 등 정부에서 가끔씩 식사를 대접해 줄 때 너무 행복하다는 정해순 할머니. 어느 새 가족들이 채우지 못한 빈 자리를 이웃들이 대신해 주고 있었다.

"어머니 보고 싶다. 이름도 몰라서 찾지도 못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만나면 좋겠어"

가족이라면 치가 떨리는 할머니지만 단 한 명, 얼굴도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어머니만은 그리워하고 있다.

이제는 생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는 정해순 할머니. 오늘도 할머니는 어머니 소식을, 말벗이 되어줄 가족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홀로 외로운 생활을 하고 계신 정해순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은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11월 14일(화) 오전 10시, 18일(토) 오후 4시 50분, 19일(일) 오후 4시 / sky life 412번 , 지역 케이블 TV , CBS-TV 인터넷 방송(ww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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