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의 이혜경 교수는 10일 "외국인 여성 이주자의 증가가 `돌봄노동'(가사노동)이 여성의 의무라는 식의 전통적인 성(性)역할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고려대 국제관에서 `사회변동과 여성 주체의 도전'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주 여성은 주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인 가사노동을 위해 유입되고 있으며 혼인 이주여성 역시 순종적인 여성을 아내로 맞으려는 동기에서 출발하는 게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가정부의 유입과 혼인 등으로 인한 이주 여성의 증가는 남녀평등이라는 장기 목표와 위배되며 가부장제적인 성역할과 성별분업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이주 여성이 유입국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성주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가정부나 간병인은 일터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제재가 힘들며 혼인 이주여성은 빈곤과 가정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주 여성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가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열악한 상황에 치우쳐 있어 이들을 보호받아야 할 희생자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자칫 이들이 열등한 문화의 희생자라는 식의 왜곡된 고정관념이 강화돼 식민화적인 담론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대 문과대학이 설립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서울시립대 김미영 교수, 고려대 이신화 교수 등 여성학자 18명이 참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