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사망하는 어린이가 에이즈로 사망하는 어린이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9일 발표한 ‘2006 인간개발보고서’는 “2006년 전세계 10억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6억명이 기본적인 공중위생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매년 어린이 1천8백만명이 더러운 물로 전염되는 설사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더러운 물의 사용은 빈발하는 무력충돌이나 에이즈보다 인류의 생명에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케빈 와킨스 연구원은 “깨끗한 물의 제공이나 공중 위생시설을 갖추는 것이 에이즈 백신을 놓아주거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훨씬 우선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 국민들은 하루에 변기 이용에 50ℓ의 물을 사용하지만 빈곤국 주민들은 하루에 5ℓ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특히 가뭄이 심각한 아프리카 사하라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 와킨슨 연구원은 “아프리카 빈민가에서 사람들이 플라스틱 통에 배설을 하고 그것을 그냥 길거리에 버린다”면서 “물 부족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수구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특히 지구 온난화의 지속으로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아프리카 인근에서 기온 상승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는 더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이미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UNDP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최소 하루 20ℓ의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공중위생 관련 예산을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0.5% 미만에서 1% 이상으로 올릴 것을 권고했다. UNDP 관계자 케르말 데르비스는 “생명 유지를 위해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