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일본 제2도시 오사카의 선진 고용지원 정책 추진은 더욱 빛이 난다. 지역밀착형 서비스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오사카의 고용 지원 현장을 찾았다.

#고용 토털서비스,헬로워크=후생노동성 산하 오사카노동국은 18곳에서 종합 고용지원기관 '헬로워크(Hello-Work)'를 운영 중이다. 매달 1만2천여명이 이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지하철 이용객만 하루 평균 223만명에 달하는 오사카의 경제 중심지 우메다에 자리 잡은 '헬로워크 우메다'를 찾았다. 800여평의 공간에 직원이 200여명에 달하고,하루에 1천500여명의 구직자들이 찾는 오사카 최대의 고용센터다. 120여대의 컴퓨터 검색대에는 구직자들이 꽉 들어찼고,번호표를 든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8만여건의 채용정보를 접할 수 있다.

청년층,고령자는 물론 장애자와 노숙자,모자가정,외국인 고용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헬로워크는 부문별로 공간을 나눴고,직업상담과 알선을 철저히 분리했다. 특히 고령자 상담창구에선 백발의 베테랑 상담원들을 배치해 편안한 상담이 이뤄지도록 배려했다.

기업은 지난해 16만2천여명을 구인했고,1만5천37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헬로워크 우메다에는 휴일에도 500여명의 구직자가 방문한다. 휴일에도 쉬지 않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 뿐이다.

츠보타 히데나오 소장은 "365일 문을 열어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센터로 거듭난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맞춤형 지원이 대세다=한 청년이 동그란 탁자에 차 한잔을 놓고 앉아 잡지를 읽는다. 어느새 옆집 형 같은 차림새를 한 상담원이 빙그레 웃으며 옆자리에 슬며시 앉는다. "오늘 날씨 참 좋죠?"

오사카시 노동센터 '에루 오사카' 2층 '잡 카페(Job Cafe) 오사카'. 2004년 7월 문을 연 이 카페엔 출입문이 따로 없다. 민감한 청년실업자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하려는 배려다.

15세부터 34세까지 청년실업자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는 지자체인 오사카부가 리크루트 등 5개 민간기업에 운영을 위탁한 시설이다. 민간 상담원은 진로 설정 등의 종합적인 상담을 하지만 직업 알선은 하지 않고,바로 옆에 설치된 헬로워크로 취업자를 보내는 '원스톱 체계'가 갖춰졌다. 지금까지 4만5천188명이 카페회원으로 등록했다.

1대 1 상담을 이어가면서 취업에 성공한 '상담원-구직자' 커플은 즉석사진을 찍어 카페 한켠에 붙여 '취업성공'을 기념한다.

동서대 국제통상학과 전현중 교수는 "국가의 지원에 한계를 느낀 지방자치단체가 움직여 활발한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한단계 진보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3층에는 '잡 플라자(Job Plaza) 오카사'가 있다. 개방적인 '카페'와는 달리 노출을 꺼리는 중장년층,장애자 실업자들을 위해 '칸막이 상담'이 한창이다. 아예 창구를 폐쇄한 심층 상담실도 있다.

'노동자를 위한 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일본은 이미 일방적인 취업상담에서 벗어나 계층별 현장 밀착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잡스팟(Job Spot)'도 후생노동성이 청년층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다. 2003년부터 프리터,니트족이 많은 도시 14곳에 운영중이다.

오사카 북구 '잡스팟 오사카'에선 교사나 기업인사담당자 등 상담원 4~5명씩 13명의 상담원이 평균 1시간동안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한다. 지난해 모두 2천2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오사카부 세츠시 '폴리테크센터 간사이'는 종합 직업능력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3년째 추진 중인 '듀얼 시스템'이 화두였다. 청년층 구직자들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1년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돼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부산지역고용파트너십포럼 대표 류장수 교수(부경대 경제학부)는 "지역민과 밀착하고,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고용지원 기관을 두는 일본의 정성을 부산도 배워야 한다"라며 "단순한 산업유치로 고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정책을 부산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사카/글·사진=박세익기자 ru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