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름 같던 가을이 끝나고 겨울냄새 나는 찬바람이 분다. 길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에게는 특히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셈이다. 동절기에 노숙자는 수백 명이 죽어나간다. 많은 노숙자를 재기시킨 `24시간 게스트하우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랑의전화 재단법인이 운영 중인 이곳을 거쳐간 노숙자 2200명 중 40%가 홈리스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했다는 소식이다. 국가도 못한 일을 시민단체가 해낸 것이다.
게스트하우스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자를 대상으로 진정한 복지의 틀을 보여준 것은 참여정부의 무분별한 복지대책에 한가닥 희망이다. 생선을 나눠주지 않고 낚시법을 가르친 것이다. 노숙자들에게 도장 목공 타일기능 자격증을 취득시키거나 도배 미장 전기배선 등 기술을 가르쳐 사회생활 적응력을 높인 것이다. 요컨대 무기력한 노숙자에게 자립의지를 부추겨 성공한 케이스다.
노숙자들에게선 흔히 삶에 대한 자부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가족해체를 겪고 홀로 떠돌아 일상 복귀를 염두에 둔 쉼터 생활에 거부감이 일기 쉽다. 어차피 극빈자 생활이라면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것이다. 자긍심 고취가 재활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노숙자들의 자신감을 기술 습득으로 불러일으켰다.
미국 뉴욕 `클레멘트 가족보호센터`에서는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인문학을 가르쳐 재활의 연착륙을 도모한다. 역사ㆍ예술ㆍ윤리학 등을 통해 자존감을 심어주고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고양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부터 성공회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가 노숙자 대상 인문학 강좌를 열어 높은 교육효과를 얻었다. 이수자 중 상당수가 자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노숙자는 서민경제 파탄으로 최근 급증했다. 장기 연체로 전기ㆍ수도ㆍ가스 공급이 중단된 최극빈층이 가정해체까지 겹치자 노숙자로 전락한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복지를 외치던 정부의 노숙자 대책 마련은 미숙한 느낌이다. 지하철 방화 등 노숙자 범죄가 날로 흉포해지는 만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건 무료급식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자립심 배양이다. 대기업과 지자체, 종교단체 등이 나서 일단 노숙자들의 자활의지를 북돋우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