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제재가 없다.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료 노점상이 싹쓸이 단속을 당하는데도 그건 '가난한 동네'사람들의 사정일 뿐이다. 구청의 비호를 받는 부자동네 노점상들이 멀쩡히 장사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았다.

"인제 월요일서 부터는 실태조사, 실태조사 들어가요. 시험도로서부터 다. 실태조사에 착수를 하겠습니다. 협조 안하면 전노련은 그러면 빼고, 그래서 실태조사 뭐, 안 하겠다겠다고 반대하는 사람은 빼버리고" "그래서 가난한 집(무허가불법노점-전노련회원)과 부잣집(허가노점-실태조사에 참여한 탈퇴회원)을 대비시켜, 누가봐도 대비가 되게끔 빨리 하란 얘기에요. 구청을, 구청의 의지를 자꾸 시험내리면, 그- 시험할려 든대거나(하면)" "(조저 보니까) 말단 진짜 생계형 노점상들만, 한 마디로 개털 나더라 이런 얘기에요."	그는 디자인서울거리안에 있는 노점상을 완전히 철수시키라는 특명을 받았다. 아니 그 스스로도 그렇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는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사람일거다. 그러나 노점상은 십수년, 혹은 마지막 선택으로 노점을 선택해 그 자리에서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이다. 공무원 드래프트제라는 초유의 서울시 인사제도에 공무원사회가 술렁이는데 '인센티브와 승진'에 목매단 완장찬 서글픈 공무원의 모습이다. 손에 피를 묻혀 가며 노점상을 때려잡는데 쾌감을 느끼는, 이미 양아치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에 경종을 울릴 날이 머지 않았다.

원래는 모두가 지역 노점상 공동체였다. 그러나 서울시 노점대책이 발표되고, 디자인서울거리라는 도시미관 공사가 확정되면서부터 인센티브와 승진을 전제로 스카웃되어 들어 온 엘리트 가로정비팀과 완장찬 양아치와 용역깡패들까지 동원되어 노점상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역노점상공동체는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노련 탈퇴 각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적단속이 시작되었다. 바로 어제까지 잔돈을 서로 바꾸고, 재료를 서로빌리고, 함께 마차를 끌어주었던 노점상 동료들는 바로 옆 마차가 단속을 받아 철거되는데도 모른체 장사만 할 뿐, 오늘의 적이 된다. 과거는 없고 현재만 있을 뿐이다.

생존과 생계를 위협하는 작전세력과 투쟁하는 현장, 서울대전철역 1번에서 8번출구까지의 관악로 봉천사거리 일대에 밀집된 노점상들중 상당수는 "불법 노점 그만합시다" "깨끗한 관악 쾌적한 관악"을 외치는 당당한 상인이 되었다. 그래서 부잣집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단속 받지 않는다. 그래서 지저분하게 장사해도 그들은 보호 받는다.	누군가로부터 보호 받는다는 것이 남을 짖밟으며, 타인의 불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점차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 기득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면, 머지 않아 보호받는 그들은 그 속에 갇혀 속박에 고통스러워 하게 될 것이다. 단지 박스의 유혹에 눈이 멀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군상들의 말로가 될 것이다.

부자동네 사람들중 간혹 트기들도 있다. 자신이 골뚜기인지, 망둥이인지 구분을 잘 못하고, 완장하나 채워주면 과장과 허풍으로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게 뻔한 짓거리를 하는 인간군상도 있다. 똥인데 밟고 있는 불쌍한 인간.	서울시 노점상 실태조사에 응한 부자동네 노점상인들은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그 어디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규격화된 박스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